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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0.10 17:12 수정 : 2010.10.10 17:12

이용자 권리 침해하는 저작권법 개혁과 거대기업의 지식 독점 위한 특허제도 폐지

45개국으로 번진 ‘정보 기득권 타파’ 정당운동

“오늘날의 저작권 유효기간은 말도 되지 않는다. 누구도 자신이 죽고 70년 지난 뒤에도 돈을 받겠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 작품이 만들어지고 1~2년 동안 수입을 내지 못하면 그 뒤에 수입을 내기 어렵다. 5년의 저작권 유효기간도 충분하다.”-스웨덴 해적당 누리집

지난 2006년 5월31일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한 인터넷업체 사무실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경찰은 사무실에 있던 컴퓨터를 압수하고 직원 세 명을 연행했다. 이 업체는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인터넷 파일 공유업체인 ‘파이럿베이’(www.thepiratebay.org)였다. 한 해 앞서 스웨덴 저작권법이 개정된 탓이 컸다. 2005년 여름까지만 해도 스웨덴에서는 무단 복제된 저작물도 개인적인 용도로 내려받으면 법에 걸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유럽연합의 권고에 따라 스웨덴 의회는 2005년 7월 저작권 보호를 강화한 저작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새 법에 따라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무단 복제된 저작물을 내려받는 행위는 불법이 됐다. 파이럿베이는 스웨덴에서 누리꾼들이 영화 및 음반을 내려받는 가장 거대한 온라인 공간이었다. 이곳이 새 법의 시범 케이스가 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스웨덴 언론의 폭로가 뒤따랐다. 사건의 이면에는 미국 정부 및 영화업계가 있었다. 미국 정부는 자국 영화업계의 이해를 반영해 무역제재 등을 수단으로 스웨덴 정부를 압박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미국영화협회와 스웨덴 외무부가 주고받은 서신 내용도 공개됐다. 여론이 들끓었다. 파일 공유 문제도 전 사회적 이슈로 함께 떠올랐다. 2006년 6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스웨덴 사람 가운데 48%는 저작권이 있는 노래나 영화를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내려받는 것도 합법적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반대로 답한 사람은 34%였다.

스웨덴에서 출발해 유럽의회 의원 배출

34살의 엔지니어인 리카드 팔크빙어는 저작권법 재개정을 위해 온라인 탄원서를 모으는 누리집을 연 때는 2005년 12월 말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팔크빙어는 아예 당을 만들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당 이름은 정부의 저작권 개정안에 항의하는 의미로, 인터넷상에서 저작권 침해 행위를 뜻하는 ‘해적’(pirate)으로 정했다. 이렇게 세계 최초의 ‘해적당’이 만들어졌다. 마침 2006년 5월 파이럿베이의 압수수색은 여론에 불을 붙였다. 이틀 사이에 회원 수가 2천 명 늘었다. 해적당을 연구한 한 논문은 당시 상황을 “마치 벌집을 건드린 것 같았다”고 그렸다.

2006년 9월 총선에 처음 후보를 낸 해적당은 0.63%의 표를 얻었다. 규모는 꾸준히 불었다. 2008년 당원 수로는 녹색당을 앞질렀다. 200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득표율은 7.13%로 급상승했다. 크리스티안 엥스트룀이 유럽의회 비례대표 의원으로 선출됐다. 같은 해 12월 리스본 조약이 발효되면서 바뀐 비례대표 산정 기준에 따라 아멜리아 안데르스도테르는 해적당의 두 번째 유럽의회 의석을 차지했다. 스웨덴의 해적당 모델은 국제적으로 퍼져나갔다. 이웃한 핀란드를 비롯해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에서 해적당이 연이어 결성됐다. 지난 4월 브뤼셀에서 열린 해적당 국제 모임에서는 ‘해적당 인터내셔널’이 결성됐다. 인터내셔널의 누리집(www.pp-international.net)을 보면, 소속 정당이 있는 국가는 미국·브라질 등을 포함한 22개국이었다. 이 가운데 유럽국가가 19개국이었다. 해적당 결성을 준비하고 있는 나라까지 포함하면 45개 국가에 이른다. 독일에서는 지방의회 선거에서 두 의석을 차지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작은 씨앗은 뿌려지고 있다. 정보공유연대와 진보넷 등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안데르스도테르 의원을 오는 10월17일부터 닷새 동안 공식 초청했다. 남희섭 변리사는 “해적당의 노하우를 들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해적당 설립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한겨레 21]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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