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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0.10 19:23 수정 : 2010.10.10 19:23

표면이 모두 금으로 뒤덮인 미얀마의 상징 슈웨다곤 파고다에서, 한 양곤 시민이 부처상을 씻기며 불공을 드리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인도선 모조예물 늘고 밀반출 막으려 군동원도
폐가전 금 추출 ‘특수’…금고 임대업도 ‘성업’

“너무 비싼데 어떡해요.”

인도 콜카타에 사는 아쉬마 라히리(27)는 2년 전 결혼식 생각만 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그는 금값 폭등으로 결혼 때 모든 신부들이 갖춰야 하는 귀고리·목걸이·팔찌로 구성되는 금 장신구 3종 세트를 모조품으로 대체해야 했다. 순금 제품은 무려 16만루피(407만원)나 되지만, 모조품은 10분의 1 가격인 1만5천루피(38만원)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전세계 금 소비의 25%를 차지하는 인도의 금 사랑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최근 미친 듯한 금값 폭등으로 이런 흐름이 다소 주춤해지는 모습이다. 5년 전인 2005년까지만 해도 온스(31.1035g)당 500달러 미만이었던 금값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6일 현재 사상 최고치인 1347.7달러까지 올랐다. 우리 남대문시장과 비슷한 인도 델리시의 전통시장 ‘라지파트 나가르’의 한 상인은 지난 5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그동안에는 신부 예물 세가지를 모두 금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이제는 두가지면 충분하고, 하나로도 된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인도 미디어들도 온갖 금치장을 하고 단순한 가사일을 하는 주부의 모습을 한심하게 그리거나, 금목걸이를 전문적으로 노리는 오토바이 ‘소매치기’ 등의 모습을 소개하며 순금 선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인도에서 인기가 없던 모조금으로 만들어진 이른바 ‘패션 주얼리’의 수요도 지난해엔 예전보다 10~15% 정도 늘었다. 또, 인도와 미얀마의 일부 사원에서는 불상에 입힐 금을 구할 수 없어 몇해 전부터 모조금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볼리비아 정부는 브라질 접경지역에서 이루어지는 금 밀반출을 막으려고 군 병력 2000여명을 동원했다.

물론 특수를 누리는 쪽도 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7일 “금값 상승과 희귀 광물을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으로 최근 일본에서는 컴퓨터·휴대전화 등 폐전자제품에서 금을 추출하는 회사들이 성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금고 임대업도 호황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3일치에서 “제이피모건이 금고 사업의 수익성이 다시 높아지자 20년 전 걸어잠갔던 지하 금괴 금고를 다시 열었다”고 전했고, 아랍에미리트·독일·일본 일부 호텔과 공항에 설치됐던, 10분마다 시세를 반영하는 금 자판기도 11월부터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플로리다 등 휴양지까지 확대된다는 소식도 나왔다.

가격은 치솟고 있지만, 금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의 경제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해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자유로운 ‘안전 자산’이라는 금의 매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전세계 금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의 금 수요도 한때 주춤한 듯 보이더니 가을로 접어들며 되살아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달 27일 “인도 도시 지역의 금 소비는 줄었지만, 올해 곡물 생산이 10.4%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농촌의 금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며 “인도에서는 돈을 벌면 (은행에 예금하는 대신) 돈을 금으로 바꾸는 전통적 습관이 여전하다”고 밝혔다. 서로 금을 선물로 주고받는 힌두교 연등축제인 ‘디왈리’가 11월5일로 다가왔고,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이어지는 인도 결혼 시즌 등 계절적 요인도 금값 상승세에 한몫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식 시장 침체와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로 돈 굴릴 곳을 찾지 못한 국내 투자 자금이 금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인터넷 매체 <항저우망> 등 중국 언론들은 6일,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이어진 국경절 연휴 기간 금 구매자들이 몰려 보석가가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보도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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