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1.16 08:30
수정 : 2010.11.16 08:30
|
레나테 퀴나스트(53)
|
연정 ‘원전 연장’ 결정 반발
민심 업고 지지율 고공행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환경정당인 독일 녹색당이 마침내 베를린을 접수할 것인가?
만년 소수정당이던 독일 녹색당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 12일 공영방송 <아에르데>(ARD)의 여론조사에서 23%의 지지율로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사민당)을 3%포인트 차이로 따라붙었다. 지난해 연방총선에서 10.7%라는 역대 최대 득표율을 올린 이후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탄 것이다.
녹색당의 선전은 내년 9월 베를린시장 선거를 앞두고 더욱 독일 정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베를린의 녹색당 지지율은 30%로 사민당을 8%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집권당인 기독교민주연합(기민련)의 지지율이 10%대이기 때문에, 이런 추세라면 녹색당이 베를린 지방정부를 장악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녹색당이 수도이면서 독일연방을 구성하는 16개 주의 일원인 베를린을 차지한다면 독일 정치사에는 파란이 아닐 수 없다. 녹색당은 1980년 창당 이래 한 차례도 주정부 총리를 배출하지 못했다.
녹색당의 부상을 이끈 것은 1980년대 반핵·환경운동 전성기로 되돌아간 듯한 최근 독일 사회 분위기다. ‘환경’은 연일 신문 머리기사를 장식하고 있다. 독일 정부가 2021년까지 원전들을 폐기한다는 사민-녹색당 연정 시기의 정책을 뒤집고 원전 수명을 평균 12년 연장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의회가 지난달 28일 원전 가동 연장안을 통과시킨 뒤로 베를린 등지에서는 수만명이 참여한 시위가 여러번 진행됐다. 지난주에는 프랑스에서 독일 북부 고어레벤으로 핵폐기물을 옮기는 열차를 막으려고 수백명이 철로에 드러누웠다.
슈투트가르트 새 역사 건설을 둘러싼 갈등도 개발에만 집중하는 거대정당들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는 슈투트가르트의 미적 상징과도 같은 기존 역사와 오래된 나무들을 없애고 지하에 고속철 역사를 짓겠다는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을 경찰이 물대포를 동원해 폭력적으로 진압하면서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이런 배경들 속에서 녹색당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치솟자, 여성정치인으로 녹색당 하원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레나테 퀴나스트(53·사진)가 지난 5일 “준비됐다”는 말과 함께 베를린 지방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퀴나스트의 상대는 2001년부터 주정부를 맡아온 사민당의 클라우스 보베라이트(57)로, 동성애자임을 밝혀 인기가 더한 정치인이다.
베를린 주정부를 장악하려는 두 당의 싸움은 독일 좌파 정치권의 주도권 경쟁 성격도 띨 전망이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