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1.30 07:58
수정 : 2010.11.3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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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핀 연구로 유력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주목받은 김필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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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과학잡지 네이처가 노벨상위원회의 실수로 한국인 과학자 김필립 교수(43)가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에서 빠졌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네이처’는 미국 조지아텍 대학의 월터 드 히어 교수의 지적을 인용해 2010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안드레 가임 교수와 콘스탄틴 노보솔로프 박사가 선정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도했다. 노벨상위원회는 올해 수상자인 두 학자가 2004년 ‘사이언스’에 탄소의 단층 구조체인 그래핀(Graphene)의 합성과 관련한 논문을 게재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드 히어 교수는 2004년 논문에 실린 물질은 그래핀이 아닌 탄소의 복층 구조체인 그래파이트였으며, 실제 그래핀을 합성하고 그 특성을 실험한 결과는 2005년 ‘네이처’에 실렸으며 수상자들의 논문과 김필립 교수의 연구 결과가 함께 실렸다고 밝혔다.
드 히어 교수는 이어 “노벨상위원회는 김 교수의 성과를 과소평가했으나 많은 학자는 김 교수가 공동수상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네이처’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의 모교인 서울대 물리천문학부도 그가 공동수상자로 선정됐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네이처’는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가임 교수 또한 “김 교수가 중요한 공헌을 했다. 기꺼이 그와 상을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고 네이처는 전했다.
한편 김필립 교수는 지난 12일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열린 한국과학시술총연합회 주최 ‘다산콘퍼런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노벨 물리학상이 그래핀을 처음 분리해낸 영국 연구팀에게 돌아간 것은 당연하다”며 “연구를 선도한 그룹과 2등 그룹의 차이는 크기 때문에 선이 그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그래핀에서 전자가 질량이 없는 것처럼 아주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는 물리적 성질을 실험을 통해 처음으로 밝혀낸 논문을 2005년 ‘네이처’에 발표하면서 국제 물리학계에 알려졌고 유력한 노벨상 수상자로 떠올랐었다.
e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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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립 교수의 ‘한겨레’ 인터뷰 내용
“노벨 물리학상이 그래핀을 처음 분리해낸 영국 연구팀에게 돌아간 것은 당연합니다.”
김필립(42·사진)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난 10~12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과총) 주최 ‘다산콘퍼런스’에서 올해 노벨상을 받은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팀과 비슷한 수준의 연구업적을 냈음에도 수상을 하지 못해 안타깝지 않느냐는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연구를 선도한 그룹과 2등 그룹의 차이는 크기 때문에 선이 그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10월5일 그래핀을 최초로 분리해낸 공로로 노벨상을 받은 안드레 가임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맨체스터대 교수팀과 마찬가지로 그래핀의 ‘양자홀 효과’를 규명해 그동안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거론돼왔다.
김 교수는 “2004년 연구팀이 2년 동안의 노력 끝에 나노펜슬로 탄소 원자층을 10장까지 분리하는 데 성공했는데 맨체스터팀이 탄소 단원자층을 스카치테이프라는 창의적 방법으로 분리해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노벨상 수상에 대한 주변의 기대를 벗어날 수 있어 오히려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물리학과 86학번으로 석사학위를 마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교수는 “그래핀 응용연구에서는 한국이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그래핀의 대면적 성장이나 그것을 이용한 응용연구와 산업과의 연계 연구 등에서 앞서나가 외국 학회 등에서 한국 연구자들을 연사로 초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그는 “하지만 그래핀 연구가 너무 응용 쪽으로 치우쳐 있다“며 “기초 연구에도 동등한 지원이 돼야지 응용만 지원해서는 전체 발전이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글·사진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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