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1.30 08:36
수정 : 2010.12.01 14:31
[위키리크스 폭로]
“뱀의 머리 잘라야” 지상군 투입 촉구하기도
친미 성향의 아랍 부국들이 미국에 이란을 공격하라고 간청한 사실이 위키리크스의 폭로로 드러났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친미 전제왕정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문건을 보면,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2008년 4월 당시 주이라크 미국 대사인 라이언 크로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당시 미 중부군 사령관을 만나 이란을 공격하라고 미국을 부추겼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면담 이틀 뒤 아델 알주베이르 주미 사우디 대사는 사우디의 리야드에 있는 미국대사관에서 “그(국왕)가 뱀의 머리를 자르라고 말했다”고 국무부 메모에 적혀 있다. 알주베이르 대사는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이 미국에 이란을 공격해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끝내주도록 여러번 요청한 사실도 상기시켰다고 나와 있다. 미 국무부 메모에는 “사우디 정보기관의 수장인 무크란 왕자는 유엔 승인 없이도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으며, 사우디 외무장관은 “이란에 대한 군사적 공격도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고 적혀 있다.
바레인의 하마드 빈 이사 알칼리파 국왕은 지난해 4월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에게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멈추게 해야 한다”며 “(핵 프로그램을) 내버려두는 위험이 멈추게 하는 위험보다 크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 군 부사령관을 맡고 있는 아부다비의 왕세자 모하메드 빈 자예드는 2005년 5월 미국이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하라고 촉구했다. 빈 자예드는 2006년 4월 한 미국 외교사절에게 “나는 그 사람(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우리를 전쟁으로 몰고갈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전쟁은 시간문제다. 아마디네자드는 젊고 공격적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최우선 관심사가 알카에다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란을 잊지 말라. 알카에다는 핵폭탄을 갖지는 못한다”고도 말했다.
수니파가 대부분인 아랍 국가들이 시아파 국가인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공개적으로 이란을 비난하는 일은 자제해왔기 때문에 이번 폭로의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 티브이>는 아랍 국가들을 직접 비난하거나 하진 않고 “(이번 폭로가)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격 명분을 쌓고 미국 국내 문제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한 각본에 따른 폭로라는 분석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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