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2.01 08:54
수정 : 2010.12.01 14:27
2009.4 보고-허야페이 외교부부장 발언
중국의 북한에 대한 시각
“미와 직접협상만 고집” 불만
중국이 북한 정권을 쉽게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믿음’과 달리, 중국 관리들은 북한을 상대하는 데 어려움을 털어놓으면서 종종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외교 전문에는 북한의 핵개발이 혈맹 관계의 이면에서 어떻게 불화를 키우는지가 묘사돼 있다.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 대리공사 댄 피커타는 지난해 4월30일 전문에서, 당시 허야페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북한을 “응석받이”로 불렀다고 보고했다. 이는 미국이 북한을 비난할 때 쓰는 말인데, 중국 쪽에서도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 직접 협상을 기대하고 일부러 강경하게 나온다고 분석한다는 얘기다. 허야페이는 같은 해 10월26일 전문에서도 “우리는 북한을 싫어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그는 “(하지만) 그들은 이웃”이라며, 북한을 마지못해 대우해준다는 듯한 발언을 했다.
북한을 마땅찮게 여기는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카자흐스탄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해 6월 만찬에 초대받은 자리에서 중국 대사가 북한의 핵개발을 “전세계에 대한 안보 위협”으로 정의했다고 보고했다. 그는 대북 정책에서 중국의 핵심 목표는 핵무기 확산을 저지하고 안정을 유지하며, “(북한을) 미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비슷한 시기에 북한의 2차 핵실험과 관련해 “중국은 북한이 너무 나갔다고 보며, 북한에 불만을 전하면서 6자회담 복귀를 촉구했다”는 중국 고위 관리의 말이 미국 국무부에 보고됐다.
이처럼 중국의 북한에 대한 불만은 핵개발 지속 및 6자회담 복귀 거부가 이유다. 중국은 6자회담 복귀를 종용하지만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고집한다는 내용이 여러 건의 전문에 실려 있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다이빙궈 중국 국무위원의 회동을 정리한 지난해 9월 전문에는, 다이빙궈가 방북 때 강석주 북한 외무성 부상한테 “비핵화가 첫 조처이며, 이후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전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강 부상은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고집했다는 게 다이빙궈의 전언이다. 다이빙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한테는 “감히” 직접적인 압박을 가할 수는 없었다고 농담조로 말했다고 한다.
북한 쪽에서도 중국에 대한 불만이 묻어나는 내용이 있다. 김영일 조선노동당 국제부장이 지난해 8월 몽골 외교통상부 간부에게 중국과 러시아의 유엔 대북제재 동참에 배신감을 토로하며, 6자회담은 북한을 제외한 나라들이 한통속인 1 대 5의 구도이기 때문에 참여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는 것이다.
한편 <가디언>은 심각한 불안 사태가 벌어질 경우 중국 관리들이 북한 난민 30만명 정도는 외부 도움 없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한 국제기구 대표에게 밝혔다는 내용도 전문에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리들은 난민들이 한꺼번에 월경을 시도하면 일차적으로 국경을 봉쇄하고 ‘대기 지역’에 머물게 한 뒤 외국 정부들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고 한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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