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2.02 09:08
수정 : 2010.12.02 09:08
위키리크스 공개문서엔 체첸·예멘 대통령 기행 담겨
터키, 말 타고 이란 탈출한 미국인에 “그대로 돌아가”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의 외교 전문들 가운데는 심각하고 충격적인 비사들이 있는 반면 코미디 같은 어이없는 얘기들도 상당수 있다. 미국의 온라인매체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지난 30일 그 가운데‘5대 괴상망측한 얘기들’이라며 순위를 정해 소개했다.
첫째는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다. 동명의 007 시리즈 아홉번째 영화에 등장하는 악당 프란시스코 스카라망가는 황금으로 된 총과 총알만을 사용하는 살인청부업자다. 2006년 다게스탄자치공화국 석유재벌 아들의 호화로운 결혼식에 참석한 윌리엄 번스 미 국무부 국외공보처장은 실제로 황금총을 가진 인물을 만났다. 이날 결혼식엔 인근 체첸자치공화국의 람잔 카디로프 대통령이 참석해 연회에서 어색하게 춤을 췄는데 청바지 차림의 그가 황금 권총을 차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객 가운데 한 사람은 ‘황금 때문에 총을 실제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어차피 카디로프는 총을 쏠 줄 모르니 상관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2009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이 존 브레넌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에게 관타나모수용소의 수감자들을 석방하게 된다면 그들에게 말이나 매 등 짐승들의 이동경로나 움직임을 추적하는 데 사용하는 전자칩을 이식할 것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브레넌은 이렇게 말한 것으로 돼 있다. “말들에게는 좋은 변호사가 없어서 어떨지.”
셋째는 예멘에서 철권통치를 휘두르는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사령관에게 한 말이다. 그는 동아프리카의 지부티에서 마약과 무기가 밀수입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지부티 대통령이 위스키를 밀수한다면 상관 않겠다. 물론 좋은 몰트위스키라면.”
넷째는 이란계 미국 시민인 호세인 간바르자데 바헤디가 친지를 만나기 위해 이란을 방문했다 간신히 빠져나온 경위다. 한달여 일정으로 방문했던 그는 이란 당국이 여권을 압류하는 바람에 7개월 동안 붙잡혀 있었는데 밀수꾼들에게 7500달러를 주고 말을 타고 14시간 걸려 터키 국경으로 넘어왔다. 그러나 터키 당국이 미 영사에게 그를 이란으로 추방할 것이라고 통보했는데 그 방식이 온 그대로 돌려보낸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리비아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기이한 취향에 관한 전문이다. 그가 건물의 1층에만 머물면서 이동식 주거시설인 베두인 텐트에서 회의를 하고, 금발의 육감적인 우크라이나 간호사가 늘 어디든 따라다닌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 그가 스페인의 정열적인 춤 플라멩코의 광팬이라는 것은 아마 가장 놀라운 일일 것이라고 이 전문은 전했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