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2.07 21:03
수정 : 2010.12.07 21:26
영 경찰에 자진출두…스웨덴 송환땐 미 압송될듯
“신변이상땐 미 안보 비밀문서 추가공개” 발언 귀추
내부고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39)가 7일 영국 경찰에 체포돼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 공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영국 런던 경찰청은 이날 성명을 통해 “수도 경찰청 송환과 경관들이 오늘 아침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어산지를 스웨덴 경찰을 대신해 체포했다”고 밝혔다. 어산지는 오전 9시30분께 영국인 변호사 2명과 함께 경찰청에 자진출두한 직후 체포됐다. 어산지는 낮 12시30분까지 웨스트민스터 치안법원에 출두할 예정이었다. 웨스트민스터 치안법원은 어산지를 출석시킨 가운데 스웨덴으로 송환할지 보석으로 석방할지 여부 등을 결정하게 된다.
어산지의 영국인 변호사 마크 스티븐스는 자신의 의뢰인이 스웨덴으로의 추방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어산지는 비밀전문 공개에 대한 보복을 우려해 왔으며, 성폭행 혐의를 두고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을 뿐이라며 성폭행 혐의를 부인하면서 자신에 대한 음해공작이라고 주장해 왔다.
스웨덴 경찰은 지난달 18일 어산지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며, 어산지는 모두 지난 8월에 일어난 스웨덴 여성 2명에 대한 성폭행 1건, 성추행 2건 및 불법적 강제행위 1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주 스톡홀름 형사법원의 요청에 따라 인터폴은 어산지를 수배자 명단에 올리는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어산지의 소재를 파악한 영국 경찰은 어산지 쪽과 자진 출두에 대한 사전 조정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위키리크스의 잇단 대규모 비밀문서 공개의 최대 피해국인 미국 정부에서 스웨덴 정부와는 별도로 법무부와 국무부, 국방부 소속 변호사들이 어산지를 포함한 위키리크스 운영자들에게 간첩죄 혐의로 처벌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어산지의 모국인 오스트레일리아도 그의 자국 송환을 희망하고 있다고 오스트레일리아 법무장관이 밝혔다. 어산지 쪽은 스웨덴으로 송환돼 신병이 인도될 경우 간첩죄 적용을 검토중인 미국으로 압송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영국 경찰의 조사에 응하면서 스웨덴으로 송환되지 않도록 맞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위키리크스는 어산지가 체포된 직후 트위터를 통해 “어산지 체포는 언론자유에 대한 공격이지만, 위키리크스의 공개활동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어산지의 또다른 변호사인 제니퍼 로빈슨은 일부 블로그에 어산지의 아들을 살해하겠다는 협박 메시지가 떠 있다고 소개한 뒤 “어산지가 체포되더라도 미국·영국·독일 등의 유수 매체들과 함께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미국 외교문건 공개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위키리크스 쪽은 어산지의 공식 비디오 성명을 곧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어산지는 자신이 체포되거나 웹사이트가 불능화되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비밀문서를 포함한 ‘최후의 심판 파일’을 공개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어 대규모 추가폭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는 치명적인 비밀을 담은 암호화된 ‘독약 파일’을 자신을 따르는 해커들에게 이미 배포했다면서 이 파일들은 자신이 살해 또는 체포되거나 위키리크스 웹사이트가 인터넷에서 제거될 경우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라고 주장했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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