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류샤오보 석방안돼 시상식 못가
중국 정부, 언론보도 차단
10일 오후 1시(현지시각),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의 2010년 노벨평화상 시상식장에는 여느 해처럼 외교사절들과 하랄 노르웨이 국왕 부부 등이 좌석을 메웠다. 그러나 팡파르 속에 기립박수를 받으며 등장해야 할 류샤오보(55)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단에서는 빈 의자와 뒷벽에 걸린 커다란 초상화가 주빈의 부재를 알렸다.
<시엔엔>(CNN) 등이 생중계한 시상식 분위기는 74년 만에 수상자는 물론 그 가족도 불참했기 때문인 듯 다소 비장했다. 토르비에른 야글란 노벨평화상위원회 위원장은 류샤오보의 수상 이유를 그가 벌인 평화적 민주화운동으로 설명하면서 “그가 참석하지 못해 유감이다. 그는 지금 중국 북부의 감옥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류샤오보의 수상을 축하한다”는 말이 나오자, 객석의 1000여명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치며 열기가 달아올랐다.
야글란 위원장은 특히 나치 독일과 옛 소련 정권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을 시상식에 참석시키지 않은 사례들을 열거하며 중국 정부의 조처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30여분간의 연설에서 “1989년 천안문에서 많은 사람이 숨졌다”고 말하는 등 민주화운동 탄압을 직설적으로 거론하며 류샤오보의 석방을 비롯한 중국의 민주개혁을 촉구했다. 주인공에게 전달되지 못한 상패와 메달은 야글란 위원장 옆의 빈 의자에 놓였다. 수상 소감은 노르웨이 출신 영화배우 겸 감독 리브 울만이 류샤오보의 ‘나에겐 적이 없다’는 제목의 중국 법정 최후진술을 읽는 것으로 대신했다.
‘빈 의자’를 수상자로 만든 갈등은 내빈석에도 반영됐다. 류샤오보에게 국가 전복 선동죄로 징역 11년형을 선고한 중국의 보이콧 요청에 러시아와 이란 등 10여개국이 사절을 보내지 않았다. 이들의 빈자리는 망명중인 중국 민주화운동가 등이 채웠다.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은 같은 시각 중국 베이징에 있는 류샤오보의 아파트 주변에서 강화된 감시인력이 그의 아내 류샤를 감시했다고 전했다. 공안들은 아파트단지 들머리에서 출입자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했다. 중국 정부는 외국 언론 인터넷사이트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다.
노벨평화상 시상식과 ‘중국 민주화’를 둘러싼 불화는 중국과 서구의 틈을 당분간 더 갈라놓을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0일 “류샤오보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한 사람”이라는 내용의 축하 성명을 발표하며 다시 한번 그의 석방을 촉구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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