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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6 19:05 수정 : 2005.06.26 19:05

강경보수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49·사진) 테헤란 시장이 지난 24일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이란의 새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란 내무부는 25일 아마디네자드 후보가 61.6%를 득표해 35.9%를 얻은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을 이겼다고 공식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아마디네자드 당선자는 이날 첫 연설에서 “우리의 주요 목표는 모범적이며 강력한 이슬람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명수비대와 바시지민병대 등 군 출신인 아마디네자드는 이번 선거 동안 헌법수호위원회와 군부의 조직적인 지지를 받아 예상 밖 돌풍을 일으켰다. 또한 청렴한 이미지와 빈곤 문제 해결을 앞세워 빈민층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의 승리로 보수파가 대통령과 의회, 헌법수호위원회 등 이란의 주요 권력기관을 모두 장악하게 됐다.

강경파 대통령의 등장으로 핵문제를 둘러싼 이란과 서구의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디네자드는 “핵 기술은 국가적인 권리”라고 강조하고, 유럽연합(EU) 국가들과 핵 협상을 해온 담당자들이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고 비난해 왔다. 그러나 그는 26일 기자회견에서 유럽연합과의 핵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며 다소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또한 1979년 이슬람혁명 직후 이란-미국 관계를 결정적으로 악화시킨 테헤란 미국 대사관 점거 사건을 주도한 학생 단체의 일원이었던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이 됨으로써 미국과의 화해 가능성도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아마디네자드는 26일 “미국이 계속 이란에 적대 정책을 견지하는 한 미국과 관계를 개선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비비시> 등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주장한 라프산자니가 당선되면 미 행정부 내 협상파와 강경파가 분열되고, 핵 협상을 벌여온 유럽에 주도권을 뺏길 것을 우려해 미국은 오히려 강경파의 당선을 환영했을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이란 안에서는 지지자들의 환호와 함께 지난 8년 동안 하타미 대통령이 추구해 온 온건한 개혁마저 후퇴해 이슬람혁명 직후의 사회 분위기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개혁파들의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아마디네자드는 당선되자마자 ‘석유산업 전반을 투명하게 해야한다’고 강조해 석유산업의 큰 변화도 예상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핵 너무 양보” 미와 갈등 빚을 가능성

‘아마디네자드는 누구
혁명정신 복귀·빈곤 해결·평등 우선시
온건 정책 후퇴·석유자원 개혁 강조

“민주주의를 위해 이슬람 혁명을 한 것은 아니다.”

보수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49) 새 이란 대통령 당선자는 서구식 민주주의보다는 “혁명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구호를 내걸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돌풍을 일으켰다.

이란의 대표적 정치인이자 ‘정치적 여우’로 불리던 라프산자니 대통령 등 혁명 1세대 엘리트들에 실망한 국민, 특히 빈곤층은 서민의 ‘로빈 훗’이 되겠다며 빈곤 해결과 평등을 강조하는 그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전문가들은 아마디네자드의 승리는 ‘이란 혁명 2세대’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지적한다.

1956년 테헤란 근교 가름사르에서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난 아마디네자드는 대지주 출신으로 석유 산업 등을 좌우해 온 라프산자니를 공격하기 위해 서민 이미지를 적극 활용했다. 97년 개혁파 하타미 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사회적 변화를 요구하는 이란인들의 목소리였다면, 아마디네자드의 승리는 경제적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라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그러나, 아마디네자드가 실제로는 보수적 지배 기구인 헌법수호위원회와 군, 최고 종교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한계가 있는 변화 요구이기도 하다.

이란 혁명 이후 첫 비 성직자 출신 대통령인 그는 이란-이라크전 동안 혁명수비대의 일원으로 이라크 침투 작전에 참여했으며, 이후에는 이슬람 바시지 민병대에서 활약했다. 2003년 테헤란 시장에 임명된 뒤 서구식 패스트푸드 식당을 폐쇄하고 문화 센터들을 종교 시설로 바꾸는 등 개혁파에 맞서는 정책들을 시행하면서, 유력한 강경보수파 정치인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개혁파들은 이슬람 근본 원리를 강조해 온 그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비교적 자유로워진 여성들의 복장 등 하타미 대통령의 온건한 개혁 정책마저도 후퇴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이란 사회가 ‘탈레반 치하의 아프가니스탄’처럼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30%에 이르는 실업률(비공식) 등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마디네자드 당선자가 최대 자원인 석유 부문 개혁을 강조하고 있어, 이란의 석유·가스산업에 진출해 있는 한국 등 외국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는 당선 뒤 첫 연설에서 “우리의 가장 큰 자본은 석유 자원인데 석유산업의 분위기가 불투명하다”며 이를 개혁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에서 강경파가 집권하게 된 데 대해 이웃 아랍 국가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알자지라> 등이 보도했다. 특히 이웃 이라크의 새 정부를 시아파가 주도하고 있어 이란-이라크 관계의 변화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미 관계에서 단기적으로는 이란 강경파들도 미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이라크에 발목이 잡혀 있는 미국도 현상 유지를 바라겠지만, 핵과 이라크 문제 등 변수들이 많아 장기적으로는 갈등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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