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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6 20:17 수정 : 2005.06.26 20:17

전문가 진단 ‘이란의 선택’ 분석과 전망

제9대 이란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매우 충격적인 결과로 끝났다. 당초 많은 전문가들은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압승을 예상했고 선거기간 동안 큰 이슈도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압승을 거둔 것은 정치신인 아마디네자드였다.

이제까지 이란 선거의 주요 구도는 개혁파 대 보수파, 온건파 대 강경파의 대립구조였다. 지난 17일의 제1차 투표에서 라프산자니, 카루비, 모인, 메흐랄리자데 등 개혁파와 온건파 후보들의 득표를 합하면 57%, 아마디네자드, 갈리바프, 라리자니 등 보수파와 강경파 후보들의 득표 합계는 39%로 이전의 구도에서라면 당연히 라프산자니가 당선되어야 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고 이번 선거의 구도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선거는 전통적인 개혁파와 보수파 모두에게 커다란 패배를 안겼다. 개혁파는 후보단일화를 이루지 못하고 분열됐다. 라프산자니에 대한 불신과 하타미 대통령 집권 8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 때문이다. 보수파가 공개적으로 지원한 라리자니도 1차 투표에서 초라한 성적으로 탈락했고 이는 기존 보수파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을 뜻한다. 비록 대통령으로 당선된 아마디네자드가 보수파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국민들이 전통적인 보수파를 지지한 것은 아니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번 선거는 앞으로 이란 정치와 정책을 변화시키는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이다. 첫째, 이란 정치의 주도권이 성직자에서 군부로 넘어가고 있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성직자들이 모든 실질적 권력을 장악해 왔지만, 성직자(라프산자니)와 군부(아마디네자드)의 대결에서 아마디네자드가 승리한 것은 군부의 정치 개입과 영향력 확대를 상징한다. 아마디네자드는 이슬람 강경노선을 주창하면서 보수파와의 연대를 추진하지만 그의 주요 지지기반은 군부와 민병대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핵개발을 비롯한 다양한 문제에서 대서방 강경책이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강력한 이슬람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급진적인 평등주의가 부상할 것이다. 아마디네자드는 개혁파들의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추상적 구호보다는 ‘빈곤 타파’라는 현실 문제를 지적하면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이슬람혁명의 기본정신인 사회정의를 구호로 외치면서, 이번 선거를 지주와 대장장이의 대결이라고 주장했다. 혁명 이후 라프산자니 등 일부 성직자들이 부를 독점하면서 서민들의 원망을 산 것을 겨냥한 것이다. 또한 그는 라프산자니와 그의 아들이 부당하게 석유수입을 독점했다고 비난하면서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결국 국민들은 현상유지를 위한 부패한 이란보다는 ‘새롭고 강한 이란’을 선택하기 위해 그에게 표를 던졌다.

일부 개혁파들의 선거불참 제안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이 높아진 것은 선거 직전 부시 미 대통령이 이란 선거를 비난하면서 일어난 반미 정서 때문이었다. 이란인들은 자주성을 수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했다. 이러한 결과는 앞으로 미국과의 관계악화로 나타날 것이다.유달승/한국외국어대학교 이란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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