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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씁쓸한 희극들
‘참 강적이로군!’ 미국 뉴저지주 사우스브런즈윅의 자동차 중개상 브래드 벤슨은 지난 10월 황당한 전화 한통을 받고 자기 귀를 의심해야 했다. “코란을 안 태웠으니 광고했던 대로 차를 주시오.” 전화의 주인공은 9·11 9주년을 맞아 코란 소각계획을 밝혀 전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그 남자’ 테리 존스 목사의 대리인이었다. 벤슨은 그동안 ‘사담 후세인이 이라크에서 도망가면 차를 준다’는 식의 엽기적인 라디오 광고를 내보내 재미를 봐 왔다. ‘생계형 보수’로 의심되는 존스 목사가 지목한 차는 현대의 엑센트(1만4200달러)!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지난 11월 자서전 <결정의 순간들>을 펴내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는 자서전에 “이라크에서 대량파괴무기를 찾지 못했을 때 나보다 더 놀라고 화난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고 적어 뉴스를 접한 이들을 더 ‘놀라게’ 했다. 많은 이들이 앞뒤가 맞지 않는 그의 화법에 의문을 제기하자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모임인 ‘보수주의 북클럽’의 편집장은 “우리도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해 정말 복합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며 사태를 정리했다. 다른 미국인들은 부시 전 대통령이 시작한 ‘테러와의 전쟁’ 때문에 짜증이 났다. 최근 유방암 제거 수술을 받은 캐시 보시는 지난 11월 공항에서 미국 교통안전국 요원에게 몸수색을 받던 도중 ‘인공 유방’을 꺼내 보여달라는 요구를 받았고, 다른 남성은 “내 물건에서 손 떼”라고 대드는 장면이 유튜브에 공개돼 영웅이 됐다. 전신 스캐너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미국 콜로라도의 ‘로키 플래츠 기어’라는 회사는 ‘그곳’에 귀여운 나뭇잎 무늬를 붙여 스캔을 차단하는 속옷을 개발했다. 불을 구경하는 소방관도 등장했다. 미국 테네시주 오비언 카운티에 사는 진 크래닉은 집에 불이 나자 소방서에 전화를 걸었다. 출동한 소방관들이 한 일은 옆집에 불이 번지지 않도록 옆집 담벼락에 물을 뿌리는 것이었다. 이 남자가 소방서가 있는 이웃 도시 사우스풀턴에 75달러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원주민 소년들은 남태평양에서 50일 동안 표류 끝에 구조됐다. 이들이 소형 보트를 훔쳐 타고 200㎞나 떨어진 위험한 항해에 나선 이유는 며칠 전 체육대회에서 만난 이웃 섬 소녀에게 반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물고기와 갈매기를 잡아먹으며 겨우 살아남았다. <뉴스위크>와 <타임> 등도 ‘올해 최악의 트렌드’와 ‘황당 사건 10선’ 등에서 미국 실업률, 월드컵 명물 부부젤라, 담배 피우는 2살짜리 인도네시아 꼬마,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에게 1주일 빨리 생일 축전을 보낸 미 국무부 등을 꼽았다. 여기엔 미모 때문에 회사에서 잘렸다고 주장하는 전 시티뱅크 맨해튼 지점 직원 데브라리 로렌자나(사진) 이야기도 있었다. <타임>은 “그녀가 예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은행에선 ‘그녀가 너무 일을 못해서 잘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올 한해 세계 기자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한 단어는 지난 4월 유럽 항공대란을 몰고 온 아이슬란드의 거대 화산이었다. 화산의 이름은 ‘에이야퍄틀라이외퀴틀’, 아이슬란드어로는 ‘Eyjafjallajokull’인데 섬 산 빙하라는 세 단어가 합쳐진 것으로 ‘산 위에 섬처럼 보이는 빙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한겨레 주요기사> ■ 베트남 영웅 호찌민이 죽을 때까지 고향을 숨긴 이유■ “스폰서검사 사건에 아내가 ‘당신도 저러나’ 물어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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