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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2.27 08:31 수정 : 2010.12.27 11:42

코·귀 잘린 여성, 아프간 인권상황 고발
폭스콘 노동자들, 죽음으로 저임금에 항거
중국어부 잔치슝, 센카쿠에 ‘그냥’ 갔다가…

올해 지구촌을 빛낸 보통사람들

2010년 지구촌을 흔든 수많은 사건들의 주역은 비단 주요국 지도자나 유명 인사들만은 아니었다. 이름 없는 보통사람들이 때로는 의식적으로 때로는 우연히 빚어낸 사건들은 ‘비범함’을 성취했다. 이 가운데 몇몇 사건은 훗날 ‘위대한 저항’이라 불릴지도 모른다.

■ 무명씨들, 짱돌을 들다

올 연말 내내 지구촌 뉴스 머리를 장식한 위키리크스와 함께 ‘콜드블러드’ 같은 아이디명으로만 알려진 핵티비스트들이 첨단 디지털의 전사라면, 올 3월부터 두달 넘게 타이를 마비시킨 레드셔츠들은 아날로그의 대표일지 모른다. 타이 사태는 1992년 민주화 시위가 해결하지 못한, 오히려 이후 더 심화된 계급문제를 선명하게 떠오르게 했다. 시위대와 일본 기자 등 21명이 숨지는 4월10일 유혈사태 이후 한달 넘게 방콕의 라차쁘라송 거리에서 평화점거시위를 벌이던 이들의 대부분은 타이 북부의 농민과 빈민층이었다. 강제진압과 동시에 조기총선 일정을 잡겠다던 현 정권의 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5월31일 봉쇄된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싣고 가다가 공해상에서 이스라엘군의 새벽 기습공격을 받아 10명이 숨진 가자구호선에 탔던 활동가 600여명은 팔레스타인의 고립상황과 이스라엘 및 이를 옹호하는 미국의 문제점을 전세계에 각인시켰다.

청년실업 문제와 ‘일만 더 시키는’ 신자유주의 국가의 문제점을 부각시킨 올 11월 프랑스 연금시위 당시 거리에 나섰던 고등학생들은 프랑스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었고, ‘보통사람들의 보수주의’를 내걸었던 티파티는 인종차별적인 변종 보수주의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미국 중간선거에서 맹위를 떨쳤다.

■ 차별과 억압을 드러내다

비비 아이샤는 12살에 강제결혼한 남편의 학대를 피해 달아나다 잡혀 남편과 시집 식구들로부터 코와 귀가 잘린 모습으로 지난 8월 미국 <타임>의 표지에 등장해 아프간 여성의 잔인한 인권상황을 보여줬다. <타임>은 ‘우리가 떠나면 아프간에서 벌어질 일들’이라고 ‘오만한’ 제목을 달았지만, 9년이 넘은 미국의 아프간전도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했음을 드러낸 사례였다.


간통과 남편 살인 혐의로 돌팔매형이 예정됐던 이란 여성 사키네 모함마디 아슈티아니는 서구 사회에서 주요 인권이슈가 됐다. 남편 살해 혐의로 함께 체포됐던 남자는 오래전 풀려났지만, 아슈티아니는 여전히 처형 위기에 처해있다. 최근 로버트 레드퍼드, 로버트 드니로, 스팅, 월레 소잉카 등 전세계 유명인사 80여명은 영국 <더 타임스> 1면에 실린 공개편지에서 “그는 충분히 고통을 겪었다”며 석방을 호소했다.

지난 9월 남루한 방에서 박박 깎은 머리로 기타를 치며 왕펑의 <봄에>를 불렀던 두 남자 ‘쉬르양강’의 동영상은, 죽도록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도시 속 중국 농민공의 문제를 부각시켰다. 중국판 허각으로 불릴 만한 이들은 곧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톈광다다오 프로그램에서 콘서트를 열 예정이며, 내년 중국 설날인 춘제 기간엔 중국인들이 가장 즐겨보는 프로그램인 춘제완후이에 나오고 광고 출연 제의까지 받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올 1월 대지진으로 목숨을 잃은 수만명의 아이티인과 올 7월 대홍수 속 구호 부족으로 몸에 달라붙는 파리 떼조차 떼어내지 못하고 죽어가던 파키스탄 어린이들은 자신들의 ‘목숨’으로 전세계에 빈곤의 그늘을 상기시켰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국 선전의 폭스콘 공장 젊은이들은 세계 저임금 공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냈다.

■ 아뿔싸, 이리 일이 커질 줄이야…

가끔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별 의미를 두지 않은 행동이 세상을 흔드는 경우가 있다. 중국 푸젠성의 어부 잔치슝은 바로 이런 경우다.

아시아 영토분쟁의 본격화를 알린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한가운데엔 자기 소유 배 하나를 갖는 게 꿈이던 그가 있었다. 곧 석방된 13명의 선원과 달리 선장인 그는 17일 동안 구금됐다. 잔치슝은 “댜오위다오가 푸젠성에서 300해리밖에 안 떨어지고 할아버지 때부터 고기를 잡아왔기 때문에 한번도 이 지역이 일본 관할지역이라 생각해본 적 없다”고 했다. 10월 그는 고향에서 모범인사로 상을 받긴 했지만 언론엔 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다.

지난 8월 미국 항공업체 젯블루의 승무원 스티븐 슬레이터는 폭언을 퍼붓는 여성 승객에 ‘열받아’ 맥주 두 캔을 마시고 기내방송으로 이 승객에게 한바탕 욕을 퍼부은 뒤 “참을 만큼 참았다. 이제 끝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비상탈출구를 통해 비행기를 떴다. 샐러리맨의 울분을 대변한 그는 대중 사이 영웅이 됐지만, 본인은 결국 해고와 유죄판결, 정신감정을 받아야 했다.

인터넷 채팅룸에서 미국의 이라크전에 분개하던 금발 백인여성 콜린 라로즈는 스위스 만화가에 대한 테러기도 사건에 연루된 ‘지하드 제인’으로 드러나면서 미국에 자생적 테러리스트 출현의 악몽을 안겼다.

그렇다면 올해 전세계를 가장 ‘감동’시킨 보통사람들은? 생사의 기로에서 낙관적 정신과 동료애를 보여주며 10월13일 생환한 칠레 광부 33명이라는 데 누구도 이견을 달기 어려울 것이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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