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27 17:15
수정 : 2005.06.27 17:15
아키히토 일본 천황 부처가 27일 2차대전 격전지였던 미국령 사이판섬을 위령방문했다.
아키히토 천황은 정부 전용기로 도쿄 하네다 공항을 출발하기 앞서 발표한 출국사에서 "지난 대전 중 해외에서 목숨을 잃은 모든 이들을 추도하고 세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겠다"며 "오늘의 일본이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희생 위에서 구축된 점을 늘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천황은 이번 방문의 목적으로 전몰자에 대한 위령과 세계평화에의 염원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국내외 한인 전쟁유족회 등 단체들은 일본 천황의 방문에 일본을 '전쟁 피해자'로 부각시키려는 속셈이 깔려 있다고 지적하며 크게 반발해왔다.
천황 부처는 이날 오후 유족회와 전우회 등 대표를 만난데 이어 28일에는 일본정부가 1974년 한 사이판 북부에 건립한 '중부 태평양 전몰자의 비'를 방문해 헌화한다.
또 많은 옛 일본군 병사가 미군에 투항을 거부하다가 투신한 것으로 알려진 '반자이(만세) 절벽'과 원주민 희생자 933명의 이름을 새긴 마리아나 기념비, 당시 전투에서 사망한 미군 5천명의 추도시설인 제2차세계대전 위령비 등을 찾아 헌화할 계획이다.
일본 천황이 식민지배 지역을 이처럼 위령 목적으로 방문하기는 처음이다.
이와 관련, 김승백 사이판 한인회 회장은 이날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천황부처가 전쟁에서 희생된 한국인 위령비도 방문할 것을 촉구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한국인 위령비는 천황 부처가 방문할 예정인 '중부 태평양 전몰자의 비' 인근에있다.
그러나 일본 외무성은 '중부 태평양 전몰자의 비'의 위령대상이 일본인을 넘어모든 전쟁 희생자를 포함하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한국인 위령비를 별도 방문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사이판을 점령했으며 전쟁이 끝난 후사이판과 인근 파라오 등지를 식민통치하며 2만여명에 달하는 민간인을 옮겨살게 했다.
한국인 노동자 1천여명도 1930년대에 강제로 끌려와 혹독한 노동에 시달렸다.
사이판은 1944년 6-7월 미군이 상륙하는 과정에서 현지 거주 민간인의 60%, 주둔 일본군의 90% 등 모두 6만여명이 사망했다.
일본군의 저항으로 미군도 1만5천여명이 희생됐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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