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3.08 21:09
수정 : 2011.03.08 21:09
의회연맹 조사, 43개국서 UN 목표치인 30% 달성
한국, 14.5%로 가봉과 80위…‘여성 지위’와 달라
2010년 말 현재 한국의 여성의원 비율은 14.5%로 세계 평균치 19.1%에 못미치며 가봉과 함께 80위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155개국이 가입하고 있는 국제의회연맹(IPU)은 7일 이런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세계 평균 여성의원 비율은 2000년 13.1%에서 2005년 16.3%, 2010년 19.1%로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였다”면서 ‘작지만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또 2010년 조사에서는 추가로 10개국 의회가 여성의원 비율 30%를 넘어서면서 유엔이 설정한 30% 목표를 달성한 국가가 43개국으로 늘어났다.
물론 여성의원 비율이 그 사회의 여성 지위를 온전히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스웨덴 2위(45%)를 비롯해 아이슬란드·네덜란드·핀란드·노르웨이·벨기에가 5위에서 9위를 기록하는 등 여성의 평등권과 정치참여가 활발한 북유럽국가들은 예상대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반면에 르완다가 56.3%로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남아공 3위, 모잠비크 10위, 앙골라 11위 등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이 상위에 기록된 것은 이 지역 남성 중심 사회구조를 생각하면 ‘의외’다. 이는 정당 또는 국회 차원에서 여성의원 할당제를 도입한 때문이다. 르완다는 인종학살의 비극적 내전 이후 2000년대 새 헌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하원 80석 가운데 24석을 여성에게 부여하는 쿼터제를 도입한 이래 최근 몇년 새 여성의원 비율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며 여성의원의 비율을 높여가고 있다. 영국 53위, 프랑스 63위, 미국 72위, 일본 96위 등 선진국들이 하위권인 것도 여성의원 비율과 여성의 지위가 꼭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의회연맹은 현재 의회정치에서 여성의 참여를 늘이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쿼터’라면서 그나마 이런 제도가 없는 각국 의회의 현실은 여전히 심각한 불균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62개국은 여성의원 비율이 10% 미만이었으며, 오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10개국은 아예 여성의원이 한 명도 없었다.
민주 변혁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있는 북아프리카·중동 아랍국가들의 경우 여성의원의 비중은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95년 4.3%에 불과했던 이 지역의 여성의원 비중은 2009년엔 9.5%로, 2010년엔 11.7%로 더디지만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또한 ‘쿼터’에 의해 가능했다고 의회연맹은 지적했다. 예컨대 바레인의 경우 선출직 여성의원은 1명이지만 쿼터로 인해 상원의 22.5%가 여성의원으로 채워졌다. 사회주의 국가나 사회주의를 경험한 국가들의 경우 쿠바가 43.2%로 4위로 가장 앞섰으나, 중국 55위, 북한 76위, 러시아 84위 등으로 어떤 경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