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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석 아래에는 집 짓지 말아라” 조상덕에 살아남은 주민들 |
“여기 아래에는 집을 짓지 말아라.”
이번 지진해일로 큰 피해를 입은 일본 이와테현 미야코시. 하지만 오모이 반도 동쪽 끝에 있는 토도가사키 등대에서 아랫쪽으로 2㎞ 떨어진 아네키치지구에 살고 있는 12가구 40여명의 주민은 모두 무사했다. 조상의 유훈을 충실히 지킨 덕분이다.
이 지역은 1896년과 1933년 각각 부락민이 2명, 4명만 살아남는 쓰나미 대참사를 겪었다. 살아남은 주민들은 두번째 쓰나미를 겪은 뒤 해발 60m 부근에 비석을 세우고 그 아래에서는 살지 말 것을 후손들에게 당부했다. 비석에는 ‘높은 곳에 사는 것은 자손의 안락, 엄청난 재앙의 쓰나미를 생각하라’는 하이쿠와 함께 비석 아래에는 집을 짓지 말라는 당부가 새겨져 있다. 후손들은 그 말을 지켜 모두 그 위쪽으로 집을 옮기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지진이 발생한 11일 당시, 마을 주민들은 항구에서 일하고 있다가 쓰나미 경보를 듣고 고지대에 있는 자신들의 집으로 대피했다. 거대한 쓰나미가 탁류로 변해 어선과 함께 들이닥쳤지만 비석에서 약 50m 아래까지 밖에 미치지 못했다. 마을자치회장 키무라 타미시게(65)는 “어렸을 때부터 ‘석비의 가르침을 어기지 마라’고 듣고 자라왔다. 선조들의 교훈 덕분에 마을이 살아남았다”고 감격해 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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