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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4.11 15:52 수정 : 2011.04.11 16:08

야마구치 구미(파)의 보스인 시노다 겐이치(69)

일본 최대의 조폭조직(일명 야쿠자)인 야마구치 구미(파)의 보스인 시노다 겐이치(69)가 9일 아침 5년4개월 형기를 마치고 도쿄 후추 교도소를 출소해 일본 경찰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시노다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깔린 경찰 경비 인력 100여명, 조직원 80명과 국내외 보도진 6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대한 출소식’을 거쳐 교도소 문을 나섰다. “출소식은 조촐하게 치르고 싶다”고 했다는 그의 희망과 달리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일본 언론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가 이날 신칸센을 이용해 주요 활동근거지인 고베시에 도착하고 앞선 보스들의 묘소를 방문해 출소신고를 하는 장면이 일본 방송 화면에 잡혔다.

1915년 고베항에서 일하는 하역노동자를 규합한 야마구치 하루요시가 만든 야마구치구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각 파벌들과 피비린내 나는 나와바리(지배지역) 싸움을 거쳐 2010년말 현재 일본 전국에 3만6400여명(준조직원포함)의 조직원을 확보한 최대 폭력조직이다. 4대, 5대 보스가 다른 조직과의 보복전 끝에 암살되기도 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일본 전역 야쿠자 8만9000명 중 46.3%으로 히로시마와 오키나와를 제외한 45개 도도후현에 모두 86개 산하조직을 두는 등 ‘일극 지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경찰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쓰카사 시노부라는 이명으로 더 잘 알려진 시노다가 세력 확장노선을 내세우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2005년 7월 6대 야마구치구미의 보스가 된 직후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중인 야쿠자 조직인 ‘고쿠슈카이’를 전격 접수해 산하에 둬 조직의 숙원사업인 도쿄 진출을 성사시켰다. 이 과정에서 도쿄의 다른 야쿠자 조직인 ‘스미요시카이’와 여러 차례 총격전이 발생했다. 여러 명이 죽고 다쳐 도쿄 전역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다른 야쿠자 조직과 달리 철저하게 경찰 비타협노선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경찰당국을 자극하는 부분이다. 그는 취임 이후 조직원들에게 “경찰과 만나지 말고, 사무실에 들이지 않으며, 경찰에 정보를 주지말라”는 이른바 3불 원칙을 행동지침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쿠자와 경찰은 통상 ‘불가원 불가근’의 적당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시노다의 방침은 일본 경찰 입장에선 상당히 괘씸죄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 때문인지 그는 경찰당국의 검거 1순위에 올라 취임 4개월만에 총포법 위반 등 혐의로 체포됐다.


그후 경찰당국은 야마구치 구미의 약체화를 노리고 2인자인 ‘와카카시라’(젊은 두목) 다카야마 기요시(63), 넘버 3격인 총본부장 이리에 다다시 등 최고위 간부 3명과 ‘직참’으로 불리는 2차단체장 등 25명의 고위급 간부를 체포했다. 일본 경찰당국은, 현재 야마구치구미의 넘버 2, 3가 수감중인 상태임을 감안해서 시노다가 조직재건을 꾀할 것으로 보고 출소 뒤 활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의 눈길이 날카로운 점 등을 고려해 당분간 활동을 자제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본 경찰당국은 과거에 비해 야쿠자 조직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찰당국은 지난 2008년 8월 일본의 폭력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 개정 이후 일본안에서는 조폭 활동과 관련해 형을 살고 있는 조직원에게 보상하기 위해서 금품을 제공하는 일을 금지시켰다. 청부 살인 등의 대가로 조직원에게 지불되는 돈의 흐름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야마구치 구미의 경우 보복 살인 등 공적이 인정되는 조직원이 복역하면 가족들에게 위로금 등을 지급하고 출소 뒤 조직 안에서 승진시키는 등 후하게 대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마구치구미는 폭처법 개정 전인 2008년에는 복수의 조직원에게 9200만엔의 위로금을 일시에 송금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6대 보스인 시노다도 1962년 조직에 들어간 뒤 몸을 아끼지 않는 무력투쟁 끝에 감방에 들어간 공적을 인정받아 조직내에서 출세가도를 달렸다.

시노다 구속이후 조직을 사실상 이끌어온 2인자 다카야마는 도쿄도안에 연예관련 복수의 법인을 설립하는 등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조직운영을 마피아식으로 변모시키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9일 보도했다.

자릿세 갈취, 공갈, 마약거래, 매춘, 고리대금, 총회꾼 등 기존의 ‘더러운 일’을 줄이고 합법적 사업을 늘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야쿠자 조직원 가운데는 적지 않은 재일한국인과 조선인이 활동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판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2인자인 다카하시 기요시와 고문 등 최고 간부급 13명중 3명이 재일한국인과 조선인이라고 기술돼 있다.

김도형 선임기자/트위터 @ai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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