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4.14 20:07
수정 : 2011.04.1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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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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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무인기 동원 ‘파키스탄 내 탈레반’ 공격 급증
사망자의 20% 민간인…미국 또 폭격에 반발 극심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13일 무인기(Drone)를 이용해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국경 지역에 수발의 미사일을 발사해 적어도 6명의 탈레반 무장세력을 살해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작전은 지난 11일 파키스탄의 정보국(ISI) 아흐메드 후자 파샤 국장이 미 중앙정보국에 “파키스탄 내에서 활동하는 요원의 숫자와 무인기 폭격을 줄이라”고 요구한 지 이틀만에 전격적으로 실시돼 파키스탄의 격렬한 반발을 부르고 있다.
파샤 국장은 11일 리언 파네타 미 중앙정보국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파키스탄 내에서 활동하는 중앙정보국 요원 등 335명을 출국시키고 무인기 폭격횟수를 줄일 것과 공격정보를 사전에 알려줄 것을 요구했다. 그 이틀 뒤 이뤄진 이번 폭격은 파키스탄 정부에 사전 통보되지 않은 채 실시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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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무인비행기 공격 사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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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의 유수프 라자 길라니 총리는 13일 의회에서 이번 공격에 대해 미국을 비난했으며 외무부도 미국 대사에 강력한 항의를 전달했다. 길라니 총리는 “무인기 공격이 무장세력과 지역민들을 떨어뜨려 놓으려는 오랜 노력을 허사로 만들고 있다”며 “역효과를 부를 뿐”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17일 북와지리스탄 지역에서 이뤄진 폭격에 대해서도 파키스탄은 “부족의 원로들과 일반 시민들이 모인 평화로운 모임에 무인기가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최근들어 미국의 무인기 공격에 대한 반발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애꿎은 민간인 희생자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치 싱크탱크인 ‘뉴 아메리카 파운데이션’은 지난 2004년 이후 무인기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 1435~2283명의 5분의 1가량이 무장세력과 관계없는 일반인이라고 분석했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비정부기구 ‘갈등감시센터’(CMC)는 ‘피해자의 대부분이 일반 시민’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는 최근 무인기 공격이 빈번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 집계로 지난해에만 117번에 이르고, 갈등감시센터 집계로는 134번이다. 이는 2004~2009년의 무인기 공격횟수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 겨우 3개월반이 지난 올해에는 벌써 21번이나 폭격이 이뤄져 98~141명이 사망했다. 무인기 공격이 테러 세력의 상급 지휘자를 노리는 데서 벗어나 하급 전투원까지 공격대상을 확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키스탄 당국의 반발은 자국인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정치적 행동이라는 분석도 많다. 파키스탄 전문가인 미 조지타운대의 크리스틴 페어 연구원은 “파키스탄은 이번 사태를 미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데 이용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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