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논문…첫 언어 7만년전 사하라 이남서 발생
인류처럼 각지 퍼져나가…“언어 변천은 다양” 반론도
현재 인류가 쓰는 6000여개 언어는 모두 아프리카에서 처음 발생한 언어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진화심리학자 쿠엔틴 앗킨슨 교수는 14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은 논문에서, 최소 소리 단위인 음소 분석을 통해 인류 최초의 언어가 5만~7만년 전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인류 이동 경로와 언어의 발생·발전 경로가 같다는 것이다.
앗킨슨 교수는 504개 언어를 관찰한 뒤 유전학 이론인 ‘창시자 효과’가 언어에도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인류의 발생과 이동을 설명하는 데 쓰이는 창시자 효과란, 애초의 큰 무리에서 멀리 떨어져나간 작은 무리일수록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든다는 것을 말한다. 앗킨슨 교수는 ‘ㄱ’이나 ‘ㅏ’처럼 자음과 모음 등으로 표시되는 음소가 아프리카 언어에는 많은 반면, 아프리카에서 멀어질수록 줄어든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음소 수는 아프리카의 한 언어에서는 141개나 되지만 영어와 독일어는 45개, 중국어는 32개에 그친다. 아프리카에서 더 떨어진 남미나 하와이에는 음소가 11개나 13개밖에 되지 않는 언어들도 발견됐다.
앗킨슨 교수는 “음소 수에도 창시자 효과 같은 것이 있다고 본다면 아프리카에서 언어가 발생해 각지로 퍼져나갔다는 견해가 뒷받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가 최초의 언어가 발생했다고 지목한 시기는, 많은 학자들이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로부터 이동했다고 추정하는 시점과 비슷하다. 5만여년 전부터 인류는 동굴벽화를 그리고 뼈로 도구를 만들면서 뚜렷한 도약을 보여줬다. 이런 변화는 언어를 매개로 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앗킨슨 교수의 연구 결과는 인류의 이동과 발전이 언어의 발생과 영향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유전자는 서서히 변화하는 데 반해 음소의 다양성은 언어의 변천에 따라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며, 언어와 유전자의 변화를 연결짓고 공통점을 뽑아내려는 시도는 성급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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