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4.17 20:38
수정 : 2011.04.17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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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여성들이 지난 2009년 바지 차림으로 수도 하르툼 중심가를 활보하고 있다. 수단은 여성들에게 바지착용을 금지하지만, 상당수 여성들은 처벌을 무릅쓰고 바지를 즐겨입는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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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여성 바지·사우디 남성 여장 ‘금지’
신라호텔처럼 ‘전통복식’ 금지는 없어
종교와 신념에 대한 자유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프랑스의 부르카 금지 법안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몇몇 나라들도 ‘금지된 복장 코드’를 갖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무엇을 입으면 안 되는가’라는 제목으로 각국의 독특한 ‘드레스 코드’를 모아 최근 전했다. 눈에 띄는 특징 하나! 이 드레스 코드엔 전통 복식을 강요하는 나라가 많았지만 신라호텔 뷔페처럼 전통복식을 금지하는 곳은 찾을 수가 없었다.
■ 사우디아라비아
-금지 패션: 맨살 내놓는 옷, 남성의 여장.
사우디아라비아는 일상생활에서 남성과 여성을 떼놓으려는 엄격한 법률을 갖고 있다. 복장에 제한을 두는 것은 그 일부일 뿐이다.
여성은 다른 사람의 눈길이 미치는 곳에서는 아바야라고 불리는 전신을 감싸는 망토와 니캅(눈만 내놓는 두건)을 입어야 한다. 하지만 일부 멋을 부리기 위한 ‘빈틈’은 있다. 아바야는 반짝이는 보석이나 표범무늬 천 등으로 장식할 수 있다. 남자가 여장을 하는 것도 제한된다. 2009년 사우디아라비아 경찰은 필리핀 독립기념일을 기념하는 개인적인 파티에서 여장을 한 죄로 67명의 남자를 체포했다. 이들은 징역형이나 태형을 선고받았지만 대부분 방면됐다.
■ 부탄
-금지 패션: 서양식 옷
‘국민총행복’(GNH) 개념을 주창한 부탄의 선대왕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는 부탄 국민들에게 타락한 바깥 문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해 복장에 엄격한 제한을 뒀다. 부탄 국민들은 1990년 이래 ‘드리글람 남자’(에티켓과 매너)로 알려진, 법으로 강제된 복식을 따라야 한다. 남자는 고(gho)라고 불리는 무릎 길이의 의복을, 여자는 키라(kira)라고 불리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옷을 입어야 한다. 이 옷 외에 다른 옷을 입으면 3일치 평균임금에 해당하는 3.3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부탄 사람들은 이 법을 지키면서 멋을 부리려는 다양한 시도를 해 왔는데, 예를 들면 고 아래 청바지를 입는 게 잠시 유행하기도 했다.
■ 북한
-금지 패션: 긴 머리, 여성 바지
2005년 북한은 텔레비전에서 ‘머리를 사회주의자답게 자르자’는 5번의 연속 시리즈를 방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남성에게 몇 가지의 공식적으로 허용된 헤어스타일 몇가지 중에 하나를 고르게 하는 내용이었는데, 고를 수 있는 머리는 매우 짧은 머리와 조금 짧은 머리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프로그램은 머리는 15일마다 깎아야 하고 50살 이상은 대머리가 된 부분을 감추기 위해서 7㎝까지 기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북한 여성은 바지를 입었다가 잡히면 힘든 노역을 해야 한다”는 <포린 폴리시>의 보도는 옛말이거나 과장된 것. 2010년엔 다리에 달라붙는 스키니풍의 바지(일명 뺑때바지)가 북한 내 젊고 돈 있는 여성들 사이에 유행이라는 보도들이 나왔다.
■ 수단
-금지 패션: 여성에겐 바지. 남성에겐 화장
수단이 ‘단정’하지 못하게 옷을 입은 여성에게 태형을 내린다는 사실은 루브나 후세인이라는 전 유엔 직원이 재판을 받으면서 전세계에 알려졌다. 그는 2009년 7월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다가 체포돼 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10대의 태형과 250수단파운드의 벌금형을 받은 10명의 여성 중 하나였다. 그는 ‘수단의 과도한 이슬람법 해석을 알리기 위해’ 정식 재판에 나섰다. 그는 결국 태형을 면제받고 벌금형을 받았다. 지금도 한해 수천명의 여성이 이 법으로 처벌받고 있다.
이 가혹한 법은 남자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2월에 ‘수단 넥스트 톱 모델’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7명의 아마추어 남자 모델은 화장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200수단 파운드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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