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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02 19:37 수정 : 2011.05.03 11:24

빈라덴 생전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미 특수부대, 파키스탄 은둔지 맨션 공격
파키스탄 텔레반 “대통령과 미국에 보복”
미, 국민들에 여행경계령…반미감정 난제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일 자정 무렵(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어 9·11 테러 주모자 오사마 빈라덴의 죽음을 발표했다. 빈라덴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100㎞ 떨어진 아보타바드의 부촌지역 맨션에서 미군 특수부대의 공격을 받고 총격전 끝에 사살됐다. 테러의 아이콘’이 사라졌다고 발표된 순간, 워싱턴의 백악관에서 9·11 현장인 뉴욕의 그라운드제로까지 미국에선 환호성이 넘쳤다. 반면 파키스탄 탈레반은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과 미국에 보복을 공언했다. 세계는 테러의 공포로 얼룩진 ‘9·11 시대’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그의 사망이 최근 중동민주화 시위와 엇물리며 이슬람 세계의 향후 방향을 결정짓는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지적한다. 빈라덴과 민주화시위는 이슬람 세계 저변에 흐르는 큰 두 조류, 즉 이슬람주의와 무력투쟁 및 대중민주주의와 비폭력 정권교체를 각각 대변하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은 알카에다 등에 막대한 타격을 주며, 테러와의 전쟁을 종식할 가능성을 줄 수 있다. 탈라트 마수드 전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은 “심리적 군사적 측면에서 알카에다에게 큰 타격”이라며 “그들은 빈라덴을 둘러싸고 신화를 구축했고, 그는 대체할 수 없는 지도자였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지적했다. 미국 언론인 피터 버건은 <시엔엔>(CNN)에서 “테러와의 전쟁의 종식”을 상징한다고 단언했다. 빈라덴의 부재는 탈레반에게 알카에다와의 동맹 필요성도 잠식해, 테러와의 최전선인 아프간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빈라덴 사살 위치
하지만 이슬람 쪽 언론과 대테러 전문가들의 반응은 신중하다. 이미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즉시 이슬람 지역에서 미국민들에 대한 여행 경계령 및 미국 시설에 대한 최고 경계령을 내렸다. <알자지라>도 알카에다는 9·11 이전과는 달리 새로운 지도자들과 이슬람 전역에 퍼진 지부를 가진 전혀 다른 조직이 됐다며, 테러와의 전쟁 종식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지적한다.

중동민주화 시위가 시리아, 바레인 등지에서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알카에다를 비롯한 무장 이슬람주의 조직들의 부활에 대한 경고음도 이미 울렸다. 알카에다의 최대 지부인 아라비아반도알카에다(AQAP)의 근거지인 예멘에서는 알리 압둘라 살레 정권이 곤경에 빠지며 대테러작전이 사실상 중단됐고, 아라비아반도알카에다에 의한 테러 정보가 입수됐다고 <워싱턴 포스트> 등은 지난 3월 말 보도했다. 반테러 전문가 리어 패럴은 최근 <포린 어페어스>에서 “빈라덴의 생존과 상관없이 알카에다 조직의 역동성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1년 ‘9·11 테러’의 주모자인 오사마 빈라덴이 1998년 12월24일 아프가니스탄 남부 헬만드주의 산속에서 몇몇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모습.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빈라덴을 파키스탄에서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빈라덴의 죽음은 피로도가 극심해진 테러와의 전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명분을 미국과 서방에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결국 중동민주화 시위가 이슬람세계에 대중민주주의와 정권교체의 희망을 계속 키워, 알카에다 지부 등 무장 이슬람주의의 공간을 축소할 수 있느냐이다.

특히 지난 10년간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등 곳곳에서 미국의 무차별적인 대테러전으로 많은 민간인들이 숨지며 커져버린 반미감정, 그리고 서구 내에서도 대두된 자생적 테러리스트 문제는 미국에는 ‘빈라덴 제거’보다 풀기 힘든 난제다. 9·11의 아이콘 빈라덴의 죽음이 ‘9·11 시대’를 끝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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