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3일 밝혀… ‘부인방패설’도 낭설
애초부터 생포가 아니라 사살 작전?
오사마 빈 라덴이 무기를 둔 채 저항을 하다 사살당했다는 일부 미국 관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미군 특수부대가 1일 새벽(파키스탄 현지시간)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를 급습했을 당시 빈 라덴은 비무장 상태였다고 백악관이 3일 밝혔다. 백악관은 또 빈 라덴이 자신의 부인으로 여겨지는 여성을 인간 방패로 활용했다는 일부 미정부 관리의 주장도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군이 애초부터 빈 라덴을 생포가 아니라 사살작전을 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파키스탄 정부는 3일 성명을 내어 미군 특수부대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에 대해 “승인되지 않은 일방의 행동”이었다면서 비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특수부대원들이 빈 라덴이 은신한 건물에 진입한 직후 1층에서 여성 1명을 포함해 3명을 사살했고 이어 위층을 수색해나가면서 빈 라덴을 찾아냈을 때 그는 무장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앞서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담당 보좌관은 2일 브리핑에서 빈 라덴의 최후 순간을 설명하면서 빈 라덴이 미 특수부대 요원에게 총격을 가했는지는 확실치 않다면서도 무기를 지닌 채 저항했다고 말했다.
카니 대변인도 “저항할 때 무기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는 사실상 저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장하지 않은 상태였던 빈 라덴을 생포하지 않고 현장에서 사살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능하다면 그를 생포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상당한 정도의 저항이 있었고, 그곳에는 빈 라덴 외에도 무장한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고 답했다.
빈 라덴이 있던 방에는 무장한 다른 인물이 없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 카니 대변인은 “당시는 매순간 언제라도 총격전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고 미군 특수부대 요원들은 고도의 전문성에 입각해 현장 상황에 대처했다”면서 “빈 라덴은 저항했기 때문에 미군의 작전 중 사살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빈 라덴이 어떻게 저항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카니 대변인은 또 빈 라덴의 부인이 미군 특수요원들에게 덤벼들었으며, 이 여성은 다리에 총상을 입었으나 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애초에는 빈 라덴이 여성을 인간 방패로 삼았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카니 대변인은 그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미국 특수부대 요원들이 무장하지 않은 빈 라덴의 머리에 총격을 가하고 확인 사살까지 했다는 것은, 애초부터 빈 라덴을 죽이는 데 역점을 둔 작전을 펼쳤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이 가짜 빈 라덴 시신 사진이 나도는데도 시신 사진을 공개하지 못하는 것도 사살 장면이 너무 참혹해서 이슬람권의 반발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빈 라덴 사살작전 계획설은 리언 파네타 미 중앙정보국장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이날 <시비에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처음부터 빈 라덴이 사살될 공산이 큰 것으로 가정했다”고 밝혔다. 파네타 국장은 “만일 그를 생포한다면 아프가니스탄의 바그람 공군기지로 신병을 신속히 이송하고 이후 미군 함정으로 옮긴 다음 백악관의 후속조치 지시를 기다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전개시에 앞서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수차례 논의를 계속했다”면서 “문제는 빈 라덴이 생포작전에 저항할 것이라는 점이며, 실제로 작전중 총격전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빈 라덴이 사살돼 그의 시신을 수습해 철수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파키스탄 정부는 3일 대미 비난성명에서 “앞으로 미국 당국은 이런 작전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미국을 포함해 어떤 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전례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단언한다”면서 “(해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은) 이런 작전은 때로는 국제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번 군사작전 시작을 파키스탄 정부에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파키스탄 내부에서는 당국이 미군의 작전을 승인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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