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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05 14:37 수정 : 2011.05.05 15:25

빈라덴 생전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9·11 희생자 가족 “9·11 테러 때 좋아하던 빈 라덴 지지자들 떠올라”

미국서 ‘환호 올바른가’ 자성의 목소리…여전히 상당수는 “축하할일”

9·11테러 당시 남편을 잃은 크리스턴 브라이트 와이저는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에 환호하는 미국인들을 보고 2001년 9월11일 테러 직후 빈 라덴 지지자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상당수 젊은이들이 빈 라덴 사살 소식 직후 백악관 정문 앞이나 9·11 테러 현장인 ‘그라운드제로’에 몰려들어 “유에스에이” 등의 구호를 외치며 열광적인 환호를 보내는 장면을 불편하게 바라본 것이다.

그는 2일(현지시각) 미국의 온라인매체인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 미안하지만 나는 수천명이 차가운 피를 흘리며 살해된 성지에 샴페인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면서 “나는 미국의 젊은이들이 설사 공포스럽고 사악한 살인자의 죽음일지라도 환호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찢어진다”고 썼다.

크리스턴같은 의견이 다수인지 소수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빈 라덴 사살에 환호하는 게 과연 올바른지’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에이피 통신> 등 미국 언론들이 5일 전했다.

특히 이런 목소리는 미국정부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악명높은 테러리스트로 지명된 빈 라덴이 비무장 상태에서 사살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다 빈 라덴이 그의 12살 딸이 보는 앞에서 미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상 처형당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환호 분위기의 정당성 논란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또다른 9·11 피해자 부인인 매리언 폰타나도 미국의 환호분위기에 위화감을 느끼는 사람 중 한명이다.

그는 남편이 사망했을 때 다섯 살이던 아들이 느낀 당혹감을 전했다. 아침에 등교한 아들은 점심시간에 전화를 걸어와서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모두들 빈 라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모든 학급의 아이들이 그가 죽었다고 행복해 하지만 나는 행복하지 않아요.”

버넷 베일리는 10대인 아이들에게 빈 라덴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면서 “그가 죽은 것에 대해 기쁘다고 하는 것은 내 기독교 신앙에 배치된다”고 말했다.


또 남침례 신학교의 앨버트 몰러 총장은 “빈 라덴의 죽음은 전쟁행위로 정당화되지만 법 집행 행위로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며 “그의 죽음을 축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음식점 종업원 도나 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야기를 나눈 사람 가운데 축하하는 데 동의한 사람은 단 두명”이라면서 “나는 희망을 얻었다”고 적었다. 그는 <에이피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환호하는 장면이 보복공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빈 라덴의 죽음을 기뻐하는 것은 전혀 아무런 잘못이 아니라는 미국인도 상당수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온라인 음악잡지 편집인인 에드워드 해니건(45)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간 사악한 남자의 죽음을 기뻐하지 않는다면 축하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뉴저지주에 사는 30세의 주부 효진 제니 황도 미국인들의 환호를 보면서 슬픔을 느낀다는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한 지인으로부터 ‘친구삭제’를 당하는 등 한동안 격렬한 반론에 시달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는 메시지들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김도형 선임기자/트위터 @ai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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