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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10 15:54 수정 : 2011.05.10 15:54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죽음이 아랍 민주화를 비롯해 미국-중국과의 관계까지 여러 방향에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동 문제 전문가 유달승 한국외대 이란어과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그의 죽음이 ‘아랍 민주화’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유 교수는 또 미국이 이를 통해 “친미 아랍 정권의 연쇄 붕괴를 막고자 했을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이 ‘아랍 민주화 혁명’이 번지고 있는 지금 시점을 의도적으로 택해 빈라덴을 사살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위키리크스를 통해 미국이 이미 2008년부터 빈라덴의 은신처를 알고 있었고 파키스탄 정보부도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민주화 운동과 그를 사살한 것이 무관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9·11 테러 뒤 지난 2005년부터 이슬람 운동의 주류는 테러리즘에서 제도권 내 운동으로 전환되었다”며 “2006년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선거에서 돌풍을 몰고 온 것이 좋은 예”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빈라덴의 죽음으로 다시 극단주의로 돌아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빈라덴의 죽음을 계기로 아랍의 극단주의 세력은 ‘보복’을 외치고 나섰고, 서구 세계에서는 ‘이슬람포비아’(이슬람 혐오증)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유 교수는 이와 같은 대립 격화가 친미 정권의 연속 붕괴를 막기 위한 미국의 ‘노림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튀니지에서 일어난 아랍 민주화의 들불은 이집트를 무너뜨린데 이어 현재 예멘에도 번진 상태다. 이집트와 예멘의 독재 정부는 모두 친미 성향의 아랍 정권으로 분류돼 왔다. 석유 자원과 이스라엘 입지 등 이 지역에 이해관계가 높은 미국이 이와 같은 “연쇄 붕괴를 두고만 보기 어렵다”는 것이 유 교수의 분석이다.

이슬람 극단주의의 재점화는 미국과 ‘반테러’ 세력의 결집을 가져오는 반면 테러리즘과 선을 긋고 민주화를 주도해온 세력에게는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유 교수는 “특히 예멘을 주목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라덴 사살 직후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 지부(예멘에 위치)는 친미 세력에 대한 ‘성전’을 선포했다. 그는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이를 빌미로 미국과 연합한 대테러 전쟁에 동참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다시 굳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작전이 미국의 대중동 정책에 큰 걸림돌이 되리라는 데에는 관련 학자들이 같은 견해를 보였다. 대표적 이슬람 학자인 이희수 한양대 교수(문화인류학)는 “지난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의 카이로 연설은 지난 100년 동안 가장 감동적인 연설 가운데 하나였다”며 “그러나 이번 사살 작전에서 보여준 야만적인 처리 과정으로 아랍세계는 ‘오바마가 보여준 신뢰도 허구였구나’하는 실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의 적(빈라덴)이 없어진 상황에서 미국이 다시 공정한 중재자의 역할을 하기 위해선 지난 전쟁 동안 발생한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한 진정한 사과 등 몇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말했다.

한편, 빈라덴의 죽음이 미-중 간의 관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5일 ‘미국은 다음에 누구를 적으로 삼을 것인가’라는 1면 머리 기사를 통해 항상 적을 만들어 “악을 물리치는 의인” 이미지를 써온 미국이 빈라덴의 죽음으로 빈 자리를 중국으로 메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외교관계전문지 <포린폴리시>는 6일 이와 같은 중국의 우려를 다루며 미국의 정책에 의해 중국이 아시아에서 고립되는 상황 등에 대해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오성 기자 트위터 @5ths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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