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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10 20:22 수정 : 2011.05.10 20:22

메드베데프, 재출마 내비치며 ‘왕의 귀환’에 찬물
푸틴도 광범위한 친위조직 만들며 대선준비 착착

러시아 정치의 원포인트 구원투수(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는 감독(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을 무시하고 연장전에 나설 것인가?

대선을 10개월여 앞두고 크레믈(크렘린)의 암투설이 파다하다. 메드베데프(46)라는 ‘얼굴마담 대통령’과 푸틴(59)이라는 ‘실세 총리’의 끈끈하고도 기묘한 관계가 한명만이 차지할 수 있는 대통령 자리를 놓고 깨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메드베데프가 먼저 도발했다. 그는 지난달 12일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인터뷰에서 “여론과 정치·경제 상황”을 살펴 내년 3월 대선 재출마 여부를 이른 시일 안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원론적이고 유보적인 말 같지만, 러시아인들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권력 분점과 승계 ‘합의’를 부인하는 발언이었다. 두 차례 대통령을 한 푸틴은 2008년 3선 연임 금지 규정을 우회하려고 자신의 비서실장 출신인 메드베데프를 밀었는데, 4년간 그 밑에서 총리를 하다 2012년 대선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게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시나리오였다. 메드베데프는 또 푸틴과는 러시아의 번영이라는 공동 목표를 갖고 있지만 “다른 방법”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푸틴은 이튿날 자신과 메드베데프 모두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짐짓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정부의 태반이 변화를 기다리며 일손을 놓을 것”이라며, 출마 의사를 서둘러 밝히면 정부가 레임덕에 빠진다고 경고했다. 오는 가을까지 대권 논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출마 여부를 곧 밝히겠다는 메드베데프를 공박한 것이다.

양쪽은 리비아 사태를 두고도 날을 세웠다. 메드베데프는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지도자를 비난하며 러시아 정부가 유엔 결의에 찬성표를 던지게 한 반면, 푸틴은 결의안에 하자가 있다면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 과정에서 푸틴을 두둔한 여당 의원들이 정치적 탄압을 받았다고 주장해 감정의 골이 더 패였다. 대통령의 결정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하원인 두마에서 독립국가연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자리를 박탈당했다고 주장하는 콘스탄틴 자툴린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합의를 깨고 차기 대선 후보로 나서기로 결심한 메드베데프가 입장을 번복하도록 푸틴이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도 출마 선언은 미뤘지만 친위조직을 구성하며 만반의 준비를 갖춰가고 있다. 지난 6일 재계단체, 노조, 연금 수령자들을 비롯한 광범위한 세력을 묶어 ‘전러시아 인민전선’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그는 오는 12월 두마 선거를 위한 조직이라고 밝혔지만 푸틴의 대선용 조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모스크바타임스>는 “푸틴은 ‘전러시아 인민전선’을 만들어 메드베데프가 그의 보호에서 벗어나 독립적 정치인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희망을 뭉개버렸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정계 안팎에서는 이처럼 메드베데프가 푸틴과 맞서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메드베데프도 경제개혁을 추진하면서 엘리트층을 중심으로 지지 기반을 넓힌 상태라 또다른 여권 정당인 정의러시아당 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푸틴이 한번 더 양보하는 절충안도 거론되고 있다. 어차피 제3의 세력이 정권을 차지할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메드베데프를 연임시키는 게 모양새가 좋다는 논리다. 이 경우 다음부터 대통령 임기가 6년으로 늘기 때문에 푸틴에게는 도합 10년을 기다리는 끈기가 필요하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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