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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12 20:45 수정 : 2011.05.12 21:22

헤지펀드 설립 ‘대박’
재산 1조9000억 추산
내부정보 이용 거래
‘도청’ 수사서 꼬리잡혀
20년형 선고 받을듯

스리랑카 출신의 미국인으로 자수성가한 억만장자 라지 라자라트남(54)은 한때 ‘아메리칸 드림’의 표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여생을 미국의 감옥에서 보내야 할지도 모르는 신세가 됐다. 그가 세운 헤지펀드 갤리언이 11일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당이익을 거뒀다는 평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라자라트남은 1957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태어났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는 세계적 재봉틀 회사인 싱어의 스리랑카 지사장이었다. 순탄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영국 서섹스 대학으로 유학을 갔고, 1981년 미국으로 건너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땄다. 체이스 맨해튼 은행에 입사해 금융인으로 첫발을 뗀 그는 1985년 투자은행인 니딤앤코로 옮겼고, 34살이던 1991년 사장 자리에 오르는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이듬해 니딤앤코의 요청으로 헤지펀드를 설립한 그는 결국 그 회사를 사들이고 ‘갤리언’으로 이름을 바꿨다. 갤리언은 2008년 규모가 70억달러(7조6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고속성장했다. 라지는 2009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의 부자’ 명단에 세계에서 559번째, 미국에서 246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스리랑카인으로서는 가장 부자였다. 당시 그의 재산은 18억달러(1조9500억원) 정도로 추산됐다.

인생의 정점에 서있던 2009년 10월, 그는 주요 기업의 내부정보를 미리 빼내 주식 투자에 활용한 혐의로 체포됐다. 지난 2008년 9월 워런 버핏이 골드만삭스에 5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정보를 골드만삭스 이사로부터 얻어 투자에 이용했다는 것이다. 그는 11일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9개의 증권사기 혐의와 5개의 공모 혐의 등 14개의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평결을 받았다. 오는 7월 열릴 선고 공판에선 최대 20년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방검찰은 마약수사 등에서나 사용되던 전화 도청 등의 방식까지 이용하며 라지의 유죄를 밝히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유죄판결로 월스트리트에 만연한 내부정보 거래가 뿌리뽑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사실, 영화같은 그의 자수성가 미담은 스리랑카에서는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 라지가 타밀족이기 때문이다. 스리랑카 동북부 타밀 지역은 반군인 ‘타밀호랑이’(LTTE)와의 오랜 내전을 겪어왔고, 타밀반군과 연관이 있어 보이는 라지의 이야기를 입에 올리는 것은 금기시되는 분위기였다. 라지는 타밀호랑이에 수백만달러를 지원했다는 혐의로 미국과 스리랑카에서 오랫동안 조사를 받아왔다.

그는 타밀재건기구(TRO)에 2005년 수백만달러를 기부했고, 2009년에는 100만달러를 타밀 반군의 재활에 써달라며 스리랑카 정부에 기부하기도 했다. 타밀호랑이와 타밀재건기구는 모두 미국으로부터 테러단체로 지명된 곳이다. 스리랑카 정부로서는 라지의 존재가 내심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셈이다. 라지는 타밀호랑이와의 연관은 부정하고 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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