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5.13 22:35
수정 : 2011.05.13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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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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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비무장 상태 총격 비판적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오사마 빈라덴의 사살에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순회강연중인 그는 12일 뉴저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는 이것(빈라덴 사살)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사담 후세인이 교수형에 처해졌을 때와 똑같다. 나는 매우 슬프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이런 언급은 그가 최근에 사살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듯한 발언을 했던 것에서 태도가 바뀐 것이다. 그는 지난 4일 로스앤젤레스의 남캘리포니아대(USC) 강연에서 한 학생이 빈라덴에 대해 질문하자 “용서가 모든 걸 잊자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중대한 사안에 대해 대응조처가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발언이 보도되자, 당시 티베트 망명정부는 논란을 의식한 듯 보도자료를 통해 ‘행위’와 ‘행위자’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달라이 라마는 이날 티베트와 중국 간 협상 문제와 관련해선 아직 “긍정적인 결과가 없다”며 “우리는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우리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독립이 아니라 자치권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는 티베트인들이 행복한지 아닌지를 살피기 위해 티베트를 방문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달라이 라마는 1959년에 티베트를 떠나 한번도 돌아가지 못했다.
그는 후계자 지명 문제에 대해선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아마 올해는 우리의 입장에 대해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내 얼굴을 보시라, 내가 급해 보이는가”라며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뜻을 비쳤다.
빈라덴의 죽음에 대해 종교지도자들은 주로 비무장 상태의 그가 사살된 것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로열 웨딩’ 주례를 맡았던 영국 성공회 수장 로언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는 지난 5일 기자들의 질문에 “무장하지 않은 사람을 죽이는 것은 정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항상 매우 불쾌한 느낌을 남긴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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