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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21 15:42 수정 : 2011.05.21 18:29

김정일 국방위원장 방중

연합뉴스 “특종” 자랑…한겨레, 시엔엔 등 전세계 언론 인용보도
뒤늦게 “기사 지워달라”…이명박정부, 이번에도 ‘왕따’ 당한 듯

“북한의 2인자로 부상한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단독으로 중국을 방문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는 21일 새벽 1시45분에 띄운 ‘김정은 단독방중 착시현상 왜 빚어졌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자사의 김정은 단독방중 특종보도가 오보였음을 공식 인정했다. 일본의 <교도통신>이 이날 밤 헤이룽장성 무단장의 최고급 호텔인 홀리데이인호텔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승용차에서 내려 경호원들로 보이는 인물들에 둘러싸인채 호텔 내로 진입하는 모습이 포착해 보도한지 수 시간이 지난 뒤였다.

<연합뉴스>는 이날 아침 8시55분 “중국 투먼 일대 경비가 강화되고 있다”며 김정은 방중설을 첫 보도한 이후 16분 뒤에 ‘긴급 북 김정은, 투먼통해 방중’ 기사를 내 보냈으며, 이어 오전 10시28분에는 ‘북 김정은 방중 확인, 단독 방중인듯’이란 기사에서 김정은의 단독 방중을 기정사실화했다. 이후 <연합뉴스>는 무려 20건이 넘는 김정은 단독 방중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한겨레>인터넷판을 비롯한 국내 언론은 물론 <에이피> <시엔엔> <아에페프> <요미우리> 등 전세계의 언론이 연합뉴스를 인용보도했다. 이 와중에 <연합뉴스>는 외신들이 자사보도를 인용보도했다는 뉴스까지 송신했다. 그러나 <연합뉴스>는 김정은 단독 방중이 사실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뒤 관련 기사 28건에 대해 ‘이 기사는 삭제되었으니 사용하지 마십시요’라는 삭제주문 요청을 하는 소동을 빚었다.

김정일 김정은
‘김정은 단독 방중 보도’가 오보일 가능성이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이날 오후 2~3시 넘어서부터. 정부 당국자들이 김정은 단독 방중은 오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하며 신중보도를 요청하기 시작했다. 오후 5시 넘어서는 방중 주체가 김정일 위원장이라는 사실이 유력해졌고, 이날 밤 <교도통신>의 김정일 위원장을 포착한 사진 물증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는 이날 오후 6시45분에서야 정부 소식통을 빌려 “김정일 위원장이 방중”이라고 오보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연합뉴스>를 비롯해 국내외 수많은 언론은 왜 집단 오보를 벌였는가?

오보행진에 불을 붙인 <연합뉴스>는 기사에서 “김정은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이후 권력 승계자로서 아버지인 김정일의 공개활동을 수행하며 보좌하는 동시에 내부 장악력을 키우는 ‘속성코스’를 밟아왔다. 따라서 국제 외교무대에서도 북한 2인자로서 인정받으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해왔고, 이런 섣부른 ‘인식’이 중국내 정보소식통들로 하여금 김정은 단독 방중으로 예단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즉 중국내 정보소식통의 섣부른 판단을 믿고 보도한 게 오보를 불러왔다는 게 <연합뉴스>의 자평이다.


그러나 단순히 중국내 정보소식통 뿐 아니라 한국정부의 대북정보력과 언론의 신중치 못한 자세도 큰 몫을 했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1보 보도 이후 <아사히신문>과 <엔에이치케이> 등 상당수 외신들은 복수의 한국 정부 소식통의 확인을 거쳐 김정은 단독 방중설을 보도했다. 실제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정은의 방중을 인정하는 코멘트를 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가 애초 정보를 잘못 판단한 데는 국가정보원의 1보 보고가 잘못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각종 물적, 인적 정보를 종합해 오전에 ‘김정은 방중’이라고 청와대에 보고한 것이 오보소동을 키웠다고 <동아일보>가 전했다. 여기에다 껄끄러운 한-중 관계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통보시각은 확인되지 않지만 중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게 김 위원장 방중사실을 추후에 확인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김 위원장 방중을 며칠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열렸는데도 중국 정부가 사전에 김 위원장 방중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지난해 8월에도 김 위원장이 국경을 넘은 직후 이 사실을 파악한 한국 정부 관계자가 언론에 방중 사실을 비공식으로 확인해주었다.

김도형 선임기자/트위터 @ai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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