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5.22 20:17
수정 : 2011.05.2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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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방중 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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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위원장, 건강 과시하듯 신출귀몰 행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 남부로 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만강에서 창장(양쯔강) 유역까지 중국 대륙을 종단하는 강행군 일정이 주목받고 있다.
20일 두만강변의 지린성 투먼을 통해 방중한 김 위원장은 22일까지 사흘 동안 지린·헤이룽장·랴오닝성 등 중국의 동북 3성을 모두 횡단한 데 이어 남쪽으로 기수를 돌려 장쑤성 양저우를 향하는 ‘신출귀몰’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평양에서 출발한 열차가 함경북도까지 북한 안에서 이동한 거리를 빼고도 중국에서만 사흘 새 3000㎞가 넘는 거리를 이동한 셈이다. 거기다 호텔이 아닌 특별열차를 숙소로 삼아 쉴 새 없이 달리는 야간이동을 계속하고 있다.
20일 아침 투먼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곧바로 헤이룽장성 무단장으로 이동해 항일유적지를 돌아보고 홀리데이인 호텔에서 만찬을 한 뒤 한밤중에 열차로 출발해 다음날 오전 8시20분 창춘에 도착했다. 하얼빈에 내리리라는 예상을 깨고 12시간 넘게 야간이동을 한 것이다. 창춘에서도 이치자동차 시찰, 중국 쪽 인사들과의 난후호텔 오찬 회담 뒤 곧바로 특별열차편으로 창춘역을 출발했다. 이날 저녁 7시께 선양을 무정차 통과한 뒤 22일 저녁 8시30분께 상하이에 가까운 장쑤성 양저우에 도착했다. 창춘을 떠난 지 약 30시간 만이다.
김 위원장이 사흘간 무숙박으로 대륙을 종단하면서 건강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김정일의 건강이 호전됐다는 이야기는 최근 계속 나왔는데 이번 이동 속도나 행적을 보면 건강에 어느 정도 자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일정이 과거 방문했던 지역들을 되밟아가며 ‘과거를 돌아보는 향수’를 드러내고 있고, 가장 먼 동북쪽 국경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는 무리한 동선을 택했다는 점에서 판단력의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베이징의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무리한 판단에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북한 체제의 문제도 드러나고 있다”고 해석했다.
창춘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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