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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24 20:44 수정 : 2011.06.24 21:40

2억4500만명 중 상당수
차별·냉대·생계 ‘3중고’
6월23일 관심·보호 촉구

보스니아 내전 때 발생한 ‘스레브레니차 대학살’ 당시 남편을 잃은 타케 베그자다는 두 아이와 수도도 전기도 없는 단칸방에 살고 있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그는 밤이면 촛불 아래서 뜨개질을 하고 낮에는 시장에서 그걸 팔아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누구도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은 없었다.

“통계에 나오지 않고, 국가로부터 무시되고, 시민사회 조직으로부터도 간과된다.” 남편과 사별한 여성들에 대한 유엔 보고서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지만 누구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 사별여성들의 처지가 마치 ‘투명인간’ 같다는 것이다.

유엔은 지난해 12월 사별여성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인권 보호와 차별 철폐를 위해 매년 6월23일을 ‘세계 사별여성의 날’로 제정하기로 했고, 23일은 그 첫날이었다.

사별한 여성들의 상황은 참혹하다. 전세계 사별여성은 2억4500만명이나 되며, 이 가운데 1억1500만명은 극심한 가난 속에 살고 있다. 대부분은 사회의 냉대와 차별에 시달리며 자녀들의 생계까지 책임지고 있다.

유엔 보고서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여성의 지위는 남편의 지위에 따르게 되는데 남편이 사망하는 순간 여성들의 사회적 위치는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남편의 남은 재산에 대한 상속권이 없는 경우가 많아 집에서 쫓겨나 노숙자가 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일부 지역에서는 본인 뜻에 상관없이 남편의 형이나 동생과 결혼하는 경우도 많다.

그나마 이런 상황은 양호한 편에 속한다. 국제구호기관 ‘헬프에이지’는 탄자니아에서 매년 수백명의 여성이 남편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쓰고 마녀로 몰려 살해된다고 전했다.

사별여성은 내전이나 분쟁을 겪는 지역에서 주로 양산되고 있으며, 콩고의 경우는 성인 여성의 절반이 사별여성이다. 이라크에도 사별여성은 300만명이나 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단순노동에 종사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고, 심지어 성매매에 빠져드는 경우도 많다.

‘세계 사별여성의 날’은 가봉 대통령 부인인 실비아 봉고 온딤바가 주도해 발의했다. 유엔은 회원국과 국제기관, 시민단체 등이 사별여성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사별여성들이 마땅한 권리와 사회보호망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사별여성의 문제는 곧 여성의 문제고, 나아가서 전세계 인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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