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6.28 21:22
수정 : 2011.06.28 22:32
힌드헤드 터널 공사비용 엄청나
‘막대한 세금 낭비’ 회의론 커져
1m에 15만5000파운드(2억6800만원).
이렇게 엄청난 건설비가 든 길이 영국에서 개통을 앞두고 있다. 새달 개통할 영국 힌드헤드의 에이(A)3 터널이 그 주인공이다. 강 아래를 관통하는, 고작 1.9㎞ 길이의 이 터널을 건설하는 데 모두 3억파운드(5181억원)가 들었다. 그보다 조금 앞서 글래스고에선 엠(M)74 고가 인터체인지가 개통하는데, 전체 8㎞ 정도인 이 길의 건설비도 1m에 8만파운드나 들었다. 칼리지 런던 대학의 피터 할 교수가 말했다시피 “미친 가격”이다.
영국 <비비시>(BBC)는 27일 이 길들이 아마도 영국의 ‘마지막’ 비싼 길이 될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긴축재정 시대에 일부 구간의 정체를 풀거나 주요 도로를 잇기 위해 이런 엄청난 가격을 퍼붓는 짧은 길을 건설하는 것에 대한 회의론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길은 고가를 세우거나 강 아래를 파는 등의 토목공사 비용이 비쌌을 뿐만 아니라 필요한 부지를 사들이는 데 든 비용이 엄청났기 때문에 이런 비정상적인 가격이 돼버렸다. 할 교수는 “이제 대부분의 시의회는 도로가 경제 발전을 돕기보다는 지역사회를 분리시킨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하며 도로 확장은 앞으로 ‘구시대의 유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량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엄청난 세금을 쏟아붓는 일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언이다.
실제 유럽의 일부 도시는 도리어 운전자를 불편하게 만들어 차량 진입을 억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26일 런던의 ‘혼잡 부담금’, 독일 뮌헨의 ‘차 없는 거리’ 운영 등을 예로 들며 차보다는 보행자 친화적인 도시로의 전환을 꾀하는 도시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를 들면 스위스 취리히는 가장 번화한 뢰벤플라츠 구역 곳곳을 차 없는 거리로 지정했고, 그나마 차가 다닐 수 있는 구간도 제한속도를 시속 20~30㎞로 적용해, 횡단보도와 보행신호를 아예 없애버렸다. 덕분에 지난 10년간 취리히의 ‘차 없는 가구’는 40%에서 45%로 늘어났다. 차량 운행이 줄면 지역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비판에 대해 앤디 펠만 취리히 교통기획국장은 “차량 통행이 금지되면 보행자 수가 30~40% 늘어난다”며 “그런 우려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고 설명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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