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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7.10 20:06 수정 : 2011.07.10 20:06

“판사들 수사확대에 미온적” 5명이 법정서 퇴장
캄보디아 정부 “상징적 인사만 처벌” 입김 거세

지난달 2막이 오른 캄보디아 특별법정의 킬링필드 재판에는 ‘세기의 재판’이라는 꾸밈말이 바로 따라붙었다. 2차대전 전범 재판 이후 가장 중대한 사건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 재판은 논란의 수위도 다른 국제 형사재판들을 넘어서고 있다. 킬링필드 수용소장 출신인 캉켁이우에게 유죄가 선고된 1호 사건과, 막 재판이 시작된 2호 사건 이상으로 단죄의 범위를 확대하느냐가 갈등의 소재다.

특별법정 검사들은 수사 확대를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여기고 3·4호 사건의 예비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달 영국인 검사 앤드루 케일리가, 독일인 수사 판사 지크프리트 블룽크가 사건을 “묻으려 한다”고 폭로하면서 특별법정은 내홍에 휩싸였다. <에이피>(AP) 통신은 검사들이 추가적으로 기소하려고 한 대상에는 크메르루주 고위 군사지도자 2명이 들어 있다고 전했다.

특별법정 내부 분위기는 블룽크가 자신을 비난한 케일리를 법정 모독죄로 다스릴 수 있다는 입장까지 밝히면서 아주 험악해졌다. 역사적 재판에 참여한다는 뜻을 품고 특별법정에 합류한 사람들 중 5명이 짐을 쌌다. 영국의 동남아시아 정치 전공자로, 이번 일로 특별법정과 결별한 스티븐 헤더는 수사 판사들의 미온적 태도를 비난하며 “지독한 상호 불신”에 질렸다고 말했다.

배가 산으로 가는 듯한 특별법정의 분위기는 태생적 한계와도 관련이 있다. 유엔은 1997년 캄보디아 정부가 킬링필드 재판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자 국제유고전범재판소처럼 독립적 재판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캄보디아 정부가 거부했고, 유엔이 예산을 지원하지만 현지 법조인들과 외국 법조인들이 섞이는 ‘하이브리드 법정’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설치하기로 타협이 이뤄졌다. 또 재판부마다 캄보디아인이 다수가 되도록 만들었다. 캄보디아 정부의 입김이 들어가기 쉬운 구조로 출범한 것이다.

사건 발생 시점에서 30년도 더 지나 시작된 재판에 이런 한계가 더해져 특별법정은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었다. 캄보디아 정부는 상징적 인사들만 처벌하고 사건을 봉합하자는 뜻을 진작 밝혀왔다.

훈 센 총리는 지난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처벌을 확대하다가는 내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별법정 안팎에서는 훈 센 총리가 재판 확대에 거부감을 보이는 것은 자신도 한때 크메르루주 지휘관이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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