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의 세번째 부인 웬디 덩면도거품 접시 든 남성에 오른손 내리쳐 ‘육탄방어’
중국 출신의 미국 유학파 31살에 37살차 머독과 결혼
폭스TV 직원으로 입문한 ‘머독 제국’ 중화권 개척자
영국 런던 하원에서 열린 19일 오후 불법도청 관련 청문회의 ‘스타’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 의원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동시에 사죄의 뜻을 거듭 밝히며 노련하게 대처한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 회장도 아닌, 그의 아내 웬디 덩 머독(43)이었다.
분홍색 재킷을 입고, 머독과 그의 둘째아들 제임스 사이의 청중석 맨 앞줄에 다리를 꼬고 앉아 전세계의 눈길을 모은 그는, 조니 마블스라는 남자가 면도거품으로 가득한 포일접시를 들고 남편에게 달려드는 순간 잽싸게 머독의 옆으로 끼어들며 오른손으로 그의 얼굴에 ‘분노의 일격’을 날렸다. 머독은 웬디의 일격과 주변의 보호 덕분에 접시에 얻어맞지는 않았다. 하원의원 톰 왓슨은 사건 뒤 머독에게 “당신 부인은 대단한 레프트 훅(라이트 훅의 착각) 실력을 가졌군요”라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자신을 활동가이자 코미디언이라고 밝힌 거품공격의 당사자 마블스의 ‘어리바리’한 모습과 웬디 덩의 날쌘 모습이 대조를 이루며 이 사건은 하루 종일 전세계 트위터의 화제가 됐다. 어떤 사람은 “역시 거물 뒤에는 무공의 고수가 지키고 있기 마련”이라고 감탄했다.
루퍼트 머독의 아내 웬디 덩(분홍재킷 뒷모습)이 19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하원 청문회 도중 면도크림을 담은 포일 접시로 그의 남편을 공격하려던 사람을 향해 막아서며 손으로 때리고 있다. 웬디 덩은 학창시절 배구선수였다.
웬디 덩은 1968년생으로, 1999년 31살 때 당시 68살인 머독과 결혼해 그의 세번째 부인이 됐다. 중국 산둥성 지난시에서 기계공장 관리자의 4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그는 광저우에서 의대를 다니던 중 미국인 사업가 체리 부부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보증으로 학생비자를 얻어 1989년 미국에 건너가 노스리지의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경제학을, 예일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웬디 덩은 미국으로 간 지 얼마 안 된 1990년, 이혼한 50대의 제이크 체리와 결혼했고 2년7개월 뒤 이혼했다. 제이크는 “결혼생활은 몇달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일부에선 미국 영주권을 얻기 위해 은인인 부부를 파경으로 몬 것 아니냐는 의심도 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1999년 머독의 세번째 결혼 당시 <월스트리트 저널>의 집중취재로 알려진 것도 흥미롭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8년 뒤 머독에게 인수될 것이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1996년 <폭스 티브이>의 직원으로 미디어업계 생활을 시작한 웬디 덩은 그 뒤 홍콩 <스타 티브이>가 <채널 브이(V)>를 만드는 데 주도적으로 활동하면서 머독의 눈에 띄었다. 머독은 이 ‘멋진 중국 여성’에게 한눈에 빠졌고, 두번째 아내와의 지루한 이혼소송을 끝낸 지 17일 만에 웬디 덩과 결혼했다. 웬디 덩은 머독의 회사 뉴스코프의 중국 진출에 전방위적으로 나서면서 아내로서뿐 아니라 사업 파트너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머독이 주위 사람들에게 “웬디가 우리 회사에 중국의 얼굴을 입혔다”고 자랑하고 다닐 정도였다.
웬디 덩은 2005년에 있었던 ‘뉴스코프 왕자의 난’의 한 축이기도 했다. 머독이 그와의 사이에 낳은 두 딸에게도 지분을 상속하겠다고 밝히며 시작된 이 난은 당시 전처 자녀들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최근 도청 스캔들로 후계자 수업을 받던 제임스 머독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어 머독의 미디어제국 후계구도는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제임스의 누나 엘리자베스가 지난 3월 뉴스코프에 합류하면서 유력한 경쟁자로 올라섰는데, 그와 동갑인 웬디 덩이 머독의 후계자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웬디 덩은 청문회에서 남편의 뒤를 굳건히 지킨 반면, 엘리자베스는 머독의 가족 중 유일하게 이날 ‘여름휴가’를 떠났다고 영국의 <이브닝 스탠더드>는 전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