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7.25 20:42
수정 : 2011.07.25 20:42
30여명 살린 독일인 등 휴양객들, 학생 150명 탈출시켜
카스파 일가우드는 22일 노르웨이 오슬로 인근 튀리피오르호 변에 있는 별장에서 오랜만의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 평화는 갑자기 걸려온 친구의 전화 한통에 깨졌다. 우퇴위아섬에서 총격이 벌어지고 있다는 다급한 목소리를 들은 그는 개인 보트를 몰고 섬 근처로 갔다. 호수에는 총격을 피해 뛰어든 젊은이들이 필사적으로 헤엄치고 있었다. 그는 정신없이 사람들을 보트에 끌어올리고 육지에 내려준 뒤 다시 호수로 나가기를 반복하며 10여명을 구했다. 그는 <시엔엔>(CNN)에 “10대 소년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지만 남아있는 친구들을 걱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경찰이 총격이 시작된 지 1시간 반이 지나서야 허둥지둥 범행현장인 우퇴위아섬에 도착하기 전까지 두려움에 떨며 호수에 뛰어든 학생 150여명을 구한 사람들은 바로 근처에 놀러운 휴양객들이었다.
<가디언>은 호숫가에 놀러왔다가 30여명의 젊은이를 구한 32살의 독일인 마르셀 글레프의 이야기를 25일 전했다. 그는 우퇴위아섬 바로 맞은 편에서 부모님과 함께 야영을 하다가 총소리를 들었다. 그는 곧바로 자신의 보트로 달려갔고 곧 10대 수십명이 섬에서 물로 뛰어드는 것을 보았다. 그는 구명조끼를 던져 물속에 있는 청소년들을 구해냈고, 쌍안경으로 범인이 다가오는지를 살피며 섬 가까이까지 다가가기를 반복했다. 그는 경찰이 와서 제지할 때까지 서너번 이상 육지와 호수를 오갔다.
그는 “당시 아이들은 모두 소리지르면서 울고 있었다”며 “어떤 아이들은 너무 두려움에 휩싸인 나머지 다가오지 말라고 소리치거나 ‘나를 죽일 거냐’고 묻기도 했다”며 당시의 참상을 전했다. 그러나 수십명을 구한 이 ‘영웅’들은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참사 현장을 방문한 심리학자 커스티 오스카르손은 “구조에 나선 사람들은 보트에 더 사람을 태울 수 없어 물에 버려둘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을 계속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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