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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04 20:44 수정 : 2011.08.05 08:38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지난달 15일 열린 ‘홍콩 교육 엑스포’ 현장에서 참가자들이 홍콩 교육기관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홍콩은 내년부터 대학을 3년제에서 4년제로 정비하며 ‘아시아 교육 허브’로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홍콩 정부 제공

외국기업 일자리 많고 대학은 아시아 상위권
유학배려해 학제 바꿔…교육예산 집중에 ‘햇빛’

중국 베이징의 대학가가 올해 발칵 뒤집혔다. 베이징의 문과, 이과 수석 등 ‘톱4’가 홍콩 대학을 지망해버렸기 때문이다. 문과 수석은 베이징대, 이과 수석은 칭화대를 가는 게 ‘불문율’이었으나, 올해 처음으로 이같은 공식이 깨진 셈이다.

중국 본토 교육을 ‘점령한’ 홍콩은 더욱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 14개국 교육부 장·차관 등 수백명의 전세계 교육 관계자가 지난달 14일 홍콩컨벤션센터에 모인 가운데, 홍콩 교육부 장관 마이클 쑤엔은 “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세계의 최고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교육 허브가 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홍콩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될 ‘교육체제 개혁’을 점검하고 국내외에 그 성과를 알리기 위해 마련한 이 자리에서 홍콩의 교육에 대한 야심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넘보고 있음을 선언한 것이다.

홍콩이 ‘아시아 교육의 허브’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일자리와 관련한 ‘기회의 창’이 넓다. 중국 헤이룽장성 수석으로 지난해 홍콩과기대에 입학한 황지항은 홍콩 현지에서 <한겨레> 기자와 만나 “경쟁이 극심한 본토보다는 홍콩에서 직업을 구하기가 더 수월하다”며 “전공인 회계·재무 쪽에서서 경력을 쌓기에 훨씬 좋다”고 말했다. 홍콩중문대 조셉 성 총장은 “좋은 교육환경뿐 아니라 국외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아 본토 학생들이 홍콩에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홍콩과기대는 올해 본토 학생을 150명 모집했는데 4000명 이상이 몰려들었다. 토니 챈 홍콩과기대 총장은 “중국에서도 이런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둘째, 대학의 ‘품질’이다. 홍콩에서 만난 교육 관계자들은 한명도 빠지지 않고 “아시아 톱 5에 3개의 홍콩 대학이 들어갔다”고 강조했다. 최근 발표된 영국 대학평가기관 큐에스의 ‘아시아 대학 랭킹’에서 홍콩과기대가 1위, 홍콩대가 2위, 홍콩중문대가 5위를 기록한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싱가포르 국립대가 3위, 일본 도쿄대가 4위를 기록했고, 서울대는 6위에 머물렀다. 홍콩 대학의 교육 능력은 검증받은 셈이다.

‘교육 허브’를 위한 홍콩의 노력은 제도 정비로 구체화되고 있다. 홍콩은 전통적으로 5·2·3이라는 독특한 중·고등 교육제도를 유지해 왔으나 내년부터 3·3·4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홍콩으로 오는 유학생들이 학사일정을 맞추기가 훨씬 편해진다. 이미 2009년부터 7년간 홍콩에 머물면 무조건 영주권을 주거나, 대학 졸업 뒤 구직활동에 12개월을 보장하는 등 이민법도 정리를 했다. 리나 팅 홍콩공보처 주임은 “홍콩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1년 동안 자유롭게 구직활동을 하고, 2년만 회사를 다니면 영주권을 얻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홍콩은 영국 식민지 경험으로 대부분의 인구가 영어를 할 줄 아는데다, 3638개의 외국 기업들이 지사를 두고 있을 만큼 국제적인 비즈니스 도시다. 대학 수업도 대부분 영어로 이뤄진다.

학비는 대학별로 차이가 있지만 아주 비싸지는 않다. 홍콩과기대의 1년 등록금은 10만홍콩달러(1350만원) 정도고, 기숙사비는 1년에 8000달러(108만원)다. 홍콩폴리텍대학에 다니는 한국인 박진수씨는 “지방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올라와도 이 정도 돈은 들지 않을까 싶다”며 “홍콩에서는 영어 공부도 되고 여러가지 인종과 문화를 겪을 수 있어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홍콩은 교육을 6개 ‘우선 산업’으로 정해 정책적으로 키우려고 하고 있다. 현재 13% 수준인 외국유학생(중국 학생 포함) 비율을 빠른 시간 안에 20%로 높이겠다는 목표다. 현재 전체 예산의 5분의1 수준인 교육예산도 최대한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홍콩 국제포럼에 참석한 설동근 교육부 차관은 이런 홍콩의 부상이 두려운 동시에 한국 대학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학문적 성취도 낮고 재단 전입금 하나 없이 등록금 올려 겨우겨우 꾸려가고 있는 우리나라 대학들은 홍콩을 보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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