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9.28 21:59
수정 : 2011.09.29 09:40
항공기 납치한 미 탈옥수 포르투갈서 체포
공범 검거때도 행방묘연·집요한 법망 못피해
살인강도죄로 복역하다 1970년 탈옥한 뒤 항공기를 납치해 알제리로 달아난 미국인 범죄자가 끈질긴 추적 끝에 41년 만에 포르투갈에서 체포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7일 “도주생활을 해온 조지 라이트(68)가 우리의 요청으로 26일 포르투갈 당국에 체포됐다”고 밝혔다. 2002년 발족한 ‘뉴욕-뉴저지 도망자 전담반’은 그의 체포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9년 동안 추적 수사를 벌여왔다.
라이트는 1962년 일당 3명과 함께 뉴저지의 한 주유소를 털다 주인을 총으로 살해했다. 범행 직후 체포된 라이트는 징역 15~30년을 선고받고 뉴저지주 베이사이드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8년이 지난 1970년 8월 탈옥에 성공했다. 이후 2년간 아프리카계 흑인들의 공산주의운동 단체인 흑인해방운동(BLA)에 몸담았던 그는 29살이던 1972년 7월 신부로 위장한 채 동료 4명과 함께 디트로이트발 마이애미행 델타항공 소속 비행기를 납치했다.
이들은 승객 86명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100만달러를 요구했고, 무기가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팬티만 입은 연방수사국 요원이 전해준 몸값을 챙긴 뒤 승객을 풀어줬다. 이들은 뒤이어 조종사를 위협해 보스턴으로 날아가 급유를 받은 뒤 다시 대서양 건너 알제리로 가 망명을 요청했다. 알제리 정부는 항공기와 몸값을 압수해 미국으로 돌려보냈지만 라이트를 포함한 납치범은 미국으로 송환하지 않고 석방했다.
라이트를 제외한 나머지 일당은 1976년 파리에서 프랑스 경찰에 체포됐지만 라이트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했다. 하지만 도망자 전담반은 당시 피해자들과 라이트의 가족에 대한 조사를 벌이며 차근차근 포위망을 좁혀갔고, 결국 라이트가 포르투갈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방수사국 마이클 워드 요원은 “이번 수사는 비록 40년이 지나도 미국은 법 집행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워싱턴 포스트>에 말했다. 라이트는 우선 잔여 형기를 채우기 위해 미국으로 송환될 예정이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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