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9.30 15:22
수정 : 2011.09.30 21:02
|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니우스의 아트라스 주오카스 시장
|
노벨상 풍자 괴짜연구에 수여
수학상엔 ‘사이비 종말론자들’
불법주차된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차를 장갑차로 뭉개버린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니우스의 아트라스 주오카스 시장이 올해의 ‘이그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또 보석딱정벌레가 버려진 맥주병과 교미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곤충학자들에게 ‘이그노벨 생물학상’이 돌아갔다.
올해로 21회째를 맞는 ‘이그노벨상’ 시상식이 미국 하버드대 샌더스극장에서 29일(현지시각) 개최됐다. 상금도 없지만, 올해도 대부분의 수상자들이 기꺼이 시상식에 참석했다고 <에이비시>(ABC) 방송이 보도했다.
‘노벨상’을 패러디한 이그(명예롭지 못하다는 뜻의 영어 ‘ignoble’에서 따온 말) 노벨상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있는 시상식 포스터가 보여주듯 고정관념을 깨는 이색 연구에 상을 수여한다. 우습기만하고 쓸 데 없는 연구에 주는 상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찬찬히 들여다보면 기발한데다 의미심장한 부분이 많다.
데이비드 다비 박사의 연구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오줌을 참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은 나쁜 결정을 한다’는 연구 결과로 이그노벨 의학상을 받게 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알콜·장기 수면 부족·백색소음 등 인간의 인식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들을 연구하는 과정 중에 나온 것이다. 다비 박사는 “(연구 결과는) 만일 사람들이 일자리에서 떠나야 하는데도 계속 일을 해야 할 경우, 안전 등 다른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고 얘기했다.
생물학상을 받은 ‘보석 딱정벌레와 맥주병의 교미’ 사례도 마찬가지다. 연구진은 보석딱정벌레는 버려진 맥주병의 색깔과 모양에 헷갈려 병 위에 올라가 짝짓기를 시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맥주병을 제 ‘짝’으로 생각한 보석 딱정벌레는 개미의 공격을 받아도 병에서 절대 떨어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보석 딱정벌레의 모습이 딱하고 웃기긴 하지만 연구진들은 버려진 병이 보석 딱정벌레의 교미 시스템에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정색을 하며 얘기한다.
이밖에도 한밤 중 화재가 일어났을 때 비상알람 소리를 듣지 못해 사고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고추냉이를 공기 중에 희석시킨 ‘와사비 알람’을 만든 일본인 연구진에게 화학상이 돌아갔으며, 투원반 선수와 달리 해머던지기 선수는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는 이유를 파헤친 유럽 연구진이 물리학상을 받았다. 또 지난 50년 동안 인류 마지막 날을 매번 틀리게 예측해온 종말론자들에게 수학상이 돌아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