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9.30 20:15
수정 : 2011.09.30 21:39
5100만개 메시지 분석 조사
“일조량 많을수록 기분 좋아”
우리는 하루 중 또는 주 중, 아니면 한해 중 언제 가장 행복할까.
미국 주간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29일 세계 84개국 240만명이 2년 동안 띄운 트위터 메시지 5100만건을 분석한 연구조사 결과를 실었다. 연구는 “대단해” “동의해” 등의 긍정적인 메시지와 “귀찮아” “무서워” 같은 부정적인 메시지가 나타나는 빈도에 따라 언제 기분이 좋은지를 계량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모티콘도 분석 대상이 됐다. 이처럼 문화적 배경이 다양한 대량의 텍스트를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거창한 연구방법에 비해 결과는 좀 허탈하다. 사람들은 아침(6~9시)에 가장 기분이 좋고, 일과가 진행됨에 따라 나빠졌다가 오후 3~4시부터 다시 좋아지기 시작했다. 저녁식사 뒤에는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 주 단위로 보면, 사람들은 주초에 기분이 가장 안 좋았다가 주말이 다가올수록 점점 좋아져, 주말에 정점을 찍었다. 연 단위로 보면 사람들은 봄부터 행복해하기 시작해 가을부터 기분이 가라앉았다. 이런 양상은 환경과 문화적 배경을 가리지 않고 비슷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사점도 적지 않다. 주말이라고 하루 종일 행복한 것은 아니고, 평일보다 2시간 정도 늦긴 하지만 아침에 기분이 좋고 낮에는 기분이 가라앉는 양상은 동일했다. 계절적 변화도 마찬가지여서 겨울이라고 특별히 부정적인 메시지가 부쩍 늘어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번 연구를 발표한 사회학자 스콧 골더와 마이클 메이시는 “흔히 생각하듯이 일을 하면서 지쳐 기분이 나빠지는 게 아니라 생체리듬이 인간의 기분을 결정하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계절적으로는 기온보다는 해가 떠 있는 시간의 길이가 기분을 결정한다고 봤다.
이번 연구에 학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하버드대 댄 길버트 심리학 교수는 <뉴욕 타임스>에 “사람들은 트위터에 실제로 느끼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쓰는 경향이 있다”며 연구의 한계를 지적했다. 하지만 같은 대학의 니컬러스 크리스타키스 교수는 “사회과학 연구방법에 새로운 초석이 놓였다”며 “우리에겐 17세기에 망원경이나 현미경이 발견된 것과 비슷한 상태”라고 <워싱턴 포스트>에 말했다. 트위터를 통해 사람의 기분과 상태를 드러내주는 대량의 텍스트를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 셈이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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