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0.06 22:26
수정 : 2011.10.06 22:26
염색체 3개인 비정상 세포
유전자 복제 기술을 이용한 환자맞춤형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가 처음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줄기세포는 염색체가 2배체인 인간 세포와 달리 3배체로 이뤄진 비정상 세포이어서 아직은 미완의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뉴욕 줄기세포재단연구소의 디터 엘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어른의 피부세포 핵을 난자에 집어넣는 ‘핵 이식’ 방법으로 배아를 만들어 배반포 단계까지 세포분열을 시킴으로써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이 5일 보도했다. 연구 결과는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실렸다. 지난 2004년과 2005년 황우석 박사 연구팀이 성공했다고 발표했으나 논문이 심각한 조작으로 밝혀져 인정받지 못했던 기술과는 다소 다른 방식이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에서 난자의 핵을 제거한 자리에 체세포 핵을 집어넣는 기존의 ‘핵 바꿔치기(치환)’와는 다른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흔히 동물 복제에서는 ‘핵 바꿔치기’ 방식이 쓰이나, 인간의 경우에는 핵치환 난자가 세포분열 과정에서 6~12세포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장벽’을 보여왔다. 연구팀은 이번에 난자 핵을 제거하지 않은 채 성체세포를 이식했더니 줄기세포 덩어리가 형성되는 배반포 단계까지 배아가 성장했다고 밝혔다.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는 그동안 망가진 세포조직을 대체해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세포치료술로 기대를 모아 왔으나, 난자와 배아를 파괴하고 인간 개체 복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생명윤리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이번 실험에서 만들어진 복제배아 줄기세포는 난자의 염색체 한 짝과 체세포 염색체 두 짝을 모두 지니는 3배체 염색체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인간의 세포치료에는 사용할 수 없다. 연구팀은 이번에 만들어진 복제배아 줄기세포가 세포의 역분화 과정과 특성을 이해하는 데 기초연구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엘리 박사는 “아직은 초기 단계라 앞으로 극복해야 할 일이 많다”며 이번 연구가 인간의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일이 가능함을 처음 보여준 것이라고 자평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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