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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0.16 21:16 수정 : 2011.10.16 21:16

전세계 점령시위 풍경
진앙지 뉴욕선 74명 체포
로마선 수만명 폭동 번져
브뤼셀 ATM엔 ‘X’ 테이프
어산지·무어도 ‘지지’ 동참

지난 15일은 전세계 시민의 ‘분노의 날’이었다. 극소수 부자들에게 빼앗긴 권리의 쟁취를 다짐하는 ‘연대의 날’이기도 했다.

한국을 비롯해 북미와 유럽 각국,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일본, 홍콩, 브라질, 남아공 등 지구촌 곳곳에서 ‘1%의 탐욕에 맞선 99%의 성난 민심’이 거리를 휩쓸었다. 운전자들은 지지의 뜻으로 경적을 울려댔다. 탐욕과 부패의 상징이자 절망적인 ‘빈익빈 부익부’의 원흉이 되어버린 자본주의 금융시스템과 거대 금융기관들이 시위의 집중적인 대상이 됐다.

미국 ‘점령시위’의 진앙인 뉴욕에선 수천명의 시위대가 베이스캠프 격인 맨해튼 리버티 플라자 공원(주코티 공원)에서 워싱턴광장을 거쳐 타임광장까지 행진했다. 시티은행을 항의방문하려던 시위대 중 최소 74명이 체포됐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시위대가 워싱턴광장에 이르자 학자금 대출과 실업난에 허덕이는 대학생 수백명이 합류했고, 타임 광장에선 구경꾼들도 “당신들이 99%다”라고 외치며 시위대를 맞았다. 뉴욕의 명물인 개방형 2층 버스의 관광객들도 시위대를 보자 “와~”하는 함성과 함께 주먹을 내지르며 적극적인 지지를 표시했다. 워싱턴에서도 수백명의 시위대가 이른 아침부터 여러 은행들과 백악관, 재무부 건물을 거쳐 내셔널몰까지 항의시위 행진을 벌였다.

이탈리아 로마에선 수만명이 벌인 시위가 폭동 사태로까지 번졌다. 흥분한 시위대 일부가 차량에 불을 지르고 은행을 습격하자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로 진압하면서 70여명이 다쳤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시위에선 “해결책은 오직 하나, 혁명!”이라고 쓴 플래카드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이름이 쓰인 관도 등장했다. 알레시아 트리디치(18)는 “우린 미래에 대한 전망이 없다. 연금은 구경도 못한 채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 할 것”이라며 분노했다. 이탈리아 금융과 미디어 재벌인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폭도들을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벨기에 유렵연합의 수도 브뤼셀에선 세계 전역에서 모인 1만여명의 시위대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건물 근처까지 행진하며 현 경제체제의 근본 개혁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은행 현금지급기들에 ‘엑스’(X) 표시로 접착테이프를 붙이며 금융권에 대한 반감을 표출했고, 증권거래소 건물에는 신발 수십짝이 날아들었다. 네덜란드에서 자전거로 나흘을 달려 브뤼셀에 왔다는 제빵사 모리스 메이어(33)는 “대기업들이 제빵업에 뛰어드는 통에 택시 운전사로 전업할 수밖에 없었다”고 개탄했다.

영국 런던 시위에선 미국 외교전문 폭로로 기소돼 가택연금 중인 내부고발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창설자 줄리언 어산지가 등장해 시위대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어산지는 시위대의 요청으로 한 즉석연설에서 “우리가 런던 점령시위에 나선 것은 은행 시스템이 부패한 돈의 수혜자이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독일 유럽 금융의 중심지 프랑크푸르트에선 수천명의 시위대가 유럽중앙은행 청사 앞에서 세계금융시스템의 무능과 불공정을 강하게 비난했다. 시민 헤르베르트 하베를(51)은 “금융시스템이 대단히 비윤리적으로 작동한다. 부실은행들을 구제금융할 게 아니라 서민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도 베를린에서도 무려 4만여명이 시위를 벌였다. 브뤼셀/이본영 기자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10월15일넷’ 유럽의 99% 민심을 모으다

18개 언어로 시위계획 공유

“지금은 우리가 단결할 때. 그들이 귀기울이도록 할 때. 세계 민중들이여 일어서라.”

강렬한 선동성을 내뿜는 이 문구는 인터넷 웹사이트 ‘10월 15일넷’(15october.net·사진)의 맨 첫 화면 아래 붙은 격문이다. ‘1%의 탐욕에 맞선 99%의 저항’을 촉구하는 이 누리집의 정식 명칭은 ‘글로벌 변화를 위한 10월15일 단결’. 각국에서 15일 벌어진 시위 계획을 공유하고 퍼뜨리는 데 단단히 한 몫을 했다.

대부분의 정보들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 일본어 등 전세계 18개 언어의 문자로 공유되고, ‘#globalchange’(해시태그 글로벌 변화)를 달아 SNS를 타고 번진다. 87개국 1천여 도시의 시위계획을 세계지도로 한 눈에 보여주고, 세계 곳곳의 시위 장면과 격려 메시지 동영상을 링크하기도 했다. 여기에선 48시간 동안 ‘가상공간 글로벌 의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들은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면 거리를 점령하는 것만으론 충분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생각할 수 있는 어떤 수단이라도 활용하라’며 다양한 형태의 배너와 로고, 아바타, 포스터와 스티커 등을 갈무리하도록 했다. 이 누리집은 주로 유럽 쪽 시위 주최자들이 연대해 만든 것인데, 이들은 15~1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공통의 정치전략과 각국의 긴축정책에 저항하는 국제적 사회운동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한 회의를 제안해 놓았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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