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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 대신 ‘시민 테러리스트’가 범행
언론 “미, 이라크 침공등으로 정체성 자극”
“유럽이 자살폭탄공격의 새로운 전장이 되었다!” 영국에서 나고 자란 젊은이들이 런던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지자 많은 전문가들이 유럽 내 자생적 이슬람주의 조직의 위협을 경고하고 나섰다. 엄격한 조직체계를 가진 전문적 무장세력들이 아프가니스탄 등의 알카에다 캠프에서 훈련을 받고 공격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곳곳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젊은이들이 극단주의 이념에 동조해 ‘자생적 테러조직’에 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시민 테러리스트=자살폭탄공격을 ‘남의 일’이라고 여겼던 유럽은 이제 “어떤 나라도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새로운 공격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이민 2·3세대 무슬림 젊은이들이 전세계 지하드(성전)에 동조하며 나서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유럽 각국의 과제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규모를 알 수 없는 유럽 내 ‘성전’의 새로운 세대는 이미 유럽 전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여러 언어에 능통하고 직업을 가지고 있다. 유럽 각국의 여권을 가지고 아무런 경계도 받지 않고 국경을 넘나들 수 있으며, 그들이 공격에 나서기 전까지는 수사망에 포착되지 않는다. 평범한 젊은이들이 극단주의 이념을 전파하는 모스크나 극소수 성직자들의 영향을 받아 갑작스럽게 공격에 나서기도 한다. 마드리드 테러의 용의자중 한명이었던 튀니지 출신 세르한 벤 압델마이드 파르케트는 마드리드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부동산 회사의 우수사원이었지만, 친구들의 영향으로 급진주의에 빠져 알카에다와 연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마드리드 테러 직후 경찰의 추적을 피해 자폭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오사마 빈 라덴 등 알카에다 지도부는 미군 등의 소탕작전으로 공격 능력이 많이 약화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알카에다와 연관되거나 단순히 그 이념에 동조하는 각 지역의 자생적 조직들이 점점 더 많은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카에다는 더 이상 긴밀한 위계질서를 가진 조직이 아니며 수많은 동조자들이 ‘성전’에 나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원자가 되었다”고 이보 달더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설명한다. 잠재적 세포조직과 성전 동조자는 전세계 곳곳에 퍼져 있으며, 극단주의에 동조하는 많은 젊은이들은 인터넷이나 비디오를 통해 훈련하고 접촉한다.
<슈피겔>은 독일 등 정보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이라크가 이들의 중요한 훈련장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침공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이라크의 현실에 분노한 젊은 무슬림들을 이라크로 보내주는 조직이 유럽 내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이라크로 가 저항공격에 참여했다가 다시 유럽으로 돌아오는 이들도 많이 있다. 왜 테러리스트 되나?=<타임>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영국이 관대한 이민자 정책으로 수많은 무슬림 인구를 받아들인 결과 테러리스트 공격에 취약하게 되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왜 평범한 이민자 젊은이들이 테러리스트가 되나”에 대한 대답이 빠져 있다. 영국의 200만 이슬람계 인구 중 67만여명 정도가 과거 영국 식민지였던 파키스탄계이며, 이들은 영국 평균보다 가난하고 교육수준도 낮다. 파키스탄·방글라데시계 영국인의 80%는 영국 평균 소득의 절반에 못미치는 소득으로 살고 있고, 16~24살 무슬림 젊은이들의 실업률은 22%나 된다는 통계가 있다고 <아에프페통신>은 전했다. 아타르 후사인 런던정경대학 아시아연구센터 부소장은 <아에프페통신>에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 등 이민자들은 영국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나 있다고 느끼고 있으며, 이슬람이 그들의 정체성을 체워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과 영국 주도의 이라크와 아프간 침공이 극단주의가 확산될 토양을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영국의 조지 갤러웨이 의원(무소속)은 13일 의회에서 런던테러는 이라크 침공의 대가라며 “이라크 침공과 아프간 점령이 전세계 이슬람 공동체에서 증오와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당의 찰스 케네디 의원도 “이라크 점령이 폭력적인 근본주의를 확산시킬 기회를 노리던 이들에게 기여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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