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0.20 23:08
수정 : 2011.10.21 08:27
과도정부가 전한 카다피 체포 순간
리비아의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최후의 보루였던 시르트 중심부가 함락된 것은 20일(현지시각) 아침이었다. 90여분간의 치열한 교전 끝에 시르트를 함락시킨 반군은 차근차근 카다피 친위군 잔당 소탕작전을 벌였다. 도망가던 카다피가 발각된 것은 이즈음이다. 그는 땅에 있는 구덩이에 숨어 있다가 그를 붙잡은 시민군에게 “쏘지 마, 쏘지 마”라고 외쳤다. 그는 혼자였으며, 두 다리와 머리에 심각한 부상을 당하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
<에이피>(AP), <로이터> 통신 등이 전한 카다피 최후의 모습이다. 카다피의 상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과도국가평의회(NTC)와 리비아 언론은 그가 병원으로 이송중에 사망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휴대전화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그의 체포 이후 영상을 공개했는데, 카다피는 웃통이 벗겨지고 눈을 뜬 채로 다른 사람들이 건드려도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촬영 당시 이미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 시민군은 이날 아침 8시부터 카다피의 고향이자 마지막 저항 거점이었던 시르트에 거센 공격을 퍼부었다. 지난 17일 카다피 친위군의 저항 거점인 바니왈리드를 점령한 기세를 그대로 이어간 것이다. 나토군은 공중 폭격으로 시민군의 공격을 지원했다. 본격적인 전투가 끝난 뒤 반군들은 집과 건물들을 수색하며 잔당 소탕에 나서 최소 16명을 체포하고 다량의 무기를 노획했다. 반군 일부는 포로들을 트럭 뒤로 끌고 가 폭행하다가 장교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과도국가평의회는 카다피의 5남 무타심과 카다피의 최측근인 아부 바크르 유니스 전 국방장관도 이날 작전중에 사망했다고 밝혔다.
리비아 과도국가평의회 위원인 하산 드라우아는 시르트 점령 이후 “우리 군이 시르트의 마지막 마을을 장악했으며 도시는 해방됐다”고 선언했다. 반군 병사들은 승리의 기쁨에 펄쩍펄쩍 뛰며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고 허공에 총을 쏴댔으며 리비아 국가를 불렀다고 외신은 전했다. 일부는 카다피 정권 시절의 녹색국기를 불태운 뒤 발로 밟고, 리비아의 옛 국기를 신호등에 내걸었다. 두달 전 반군이 함락한 수도 트리폴리 도심은 카다피의 체포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환호 소리와 자동차 경적 소리로 가득 찼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