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0.24 20:52
수정 : 2011.10.24 22:35
경찰 ‘사유지 보호’ 이유 텐트 등 철거
세계 각국의 자본주의 심장부를 ‘점령’한 시위대들의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잇따라 경찰에 의해 해산되거나 체포되는 수난을 겪고 있다. 경찰이 시위대가 점령하고 있는 사유지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해산 작전을 벌이면서 시위대와 충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카고 그랜트공원을 점령하고 있던 시위대 중 130여명은 23일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은 경찰의 퇴거 명령을 거부하다 충돌을 빚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시드니와 멜버른의 점령 시위대가 경찰에 의해 해산되는 와중에 일부 시위대와 경찰이 부상을 입었다. 시드니 경찰은 호주중앙은행(RBA) 시드니 본점 앞 마틴플레이스 광장에 있던 시위대 200여명을 23일 새벽 5시에 강제 해산시켰다. 이 와중에 40여명의 시위대가 연행됐다. 일부 시위대는 근처로 흩어져 거리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영국 런던의 세인트폴 대성당은 성당 서쪽에 200여개의 텐트를 치고 점거농성을 하고 있는 점령 시위대가 안전에 위협을 끼친다며 지난 21일부터 문을 닫았다. 세인트폴 대성당이 문을 닫은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라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성당은 시위대를 퇴거시키기 위해 경찰과 긴급 회담을 할 예정이어서, 퇴거 위협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시위대는 성당의 동쪽에 있는 핀즈버리 광장으로 텐트를 옮기고 있다.
잇따른 충돌의 근본 원인은 텐트다. 경찰은 단순 노숙 점령은 어쩔 수 없지만 공원 등에 텐트를 치는 것은 불법이라며 철거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점차 추워지는 날씨에 슬리핑백만으로 버티기 힘들어진 시위대는 계속 텐트를 늘려가고 있는 추세라서 충돌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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