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2.02 20:27
수정 : 2011.12.02 21:27
1억4000만명 CIQ 앱 사용자 동의없이 서버 전송
폰 제조사 “통신사가 탑재 요구”…의회, 진상조사
적어도 1억4000만대의 스마트폰이 사용자가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모두 저장해 특정 서버로 전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이론적으로는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부터 스마트폰으로 어떤 작업을 했는지까지 모든 정보가 추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보가 악용된다면 ‘빅 브러더’의 탄생은 시간문제다.
발단은 안드로이드 개발자인 트레버 에크하트가 지난주 유튜브에 올린 ‘캐리어 아이큐(CIQ)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는 동영상이었다. 이 영상은 에크하트가 사용하는 안드로이드폰인 에이치티시(HTC) ‘이보’에 실린 ‘캐리어 아이큐’라는 이름의 애플리케이션(앱)이 사용 정보를 고스란히 저장해 전송하는 것을 보여줬다. 문자메시지에서 인터넷 검색 정보까지, 말 그대로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한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전송되는 것이다. 이 앱은 사용자가 전혀 그 존재를 인지할 수 없고, 정보 전송을 막을 방법도 없다는 점에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에이치티시는 즉시 성명을 내고 이 앱은 미국 통신사의 요구에 따라 탑재했고, 앞으로 이 앱의 정보 전송을 막을 수 있는 설정을 넣겠다고 응답했다. 삼성도 일부 기기에 이 앱이 삽입된 것을 인정했다. 아이폰을 생산하는 애플은 그 전에는 이 앱을 사용했지만 iOS 5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작동을 중지시켰고 앞으로 있을 업데이트에서는 완전히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여러 회사의 해명을 종합해 보면, 캐리어 아이큐는 통신회사인 스프린터, 에이티앤티(AT&T), 티(T)모바일의 요청에 따라 삽입됐고, 하드웨어 회사는 그 정보를 전혀 전송받지 못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스마트폰 사용 환경 개선을 위해 이런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명하는 중이다. 캐리어 아이큐도 29일 성명을 발표해 이 앱이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을 저장하거나 전송하지 않으며 메시지가 정확히 보내지는지, 어떤 앱이 배터리를 얼마나 소진하는지 등을 추적할 뿐이라고 밝혔지만, 사용자들은 이 해명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캐리어 아이큐는 누리집에서 전세계 1억4000만대의 기기에서 자신들의 앱이 가동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번 건은 올해 초 스마트폰이 위치정보를 저장해 사생활 침해 문제가 불거진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외신들은 지적하고 있다. 미 <포브스>는 지난 30일 “캐리어 아이큐가 이 정보들을 저장하고 있다면 이것은 도청이나 마찬가지”라며 “사용자들이 소송을 걸면 거액의 배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상원의원 앨 프랭컨은 캐리어 아이큐사에 해명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며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국내 통신사들은 이 앱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명중이다. 에스케이티(SKT)는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으며, 케이티(KT)도 “적용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이형섭 구본권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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