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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02 20:29 수정 : 2011.12.02 21:29

해킹·도청 등 장비시장
정부·연방기관이 주고객
“독재정권 유지에 기여”

시리아인 라미 나클레는 지난해 온라인 신문과 블로그 계정을 통해 인권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신원을 숨기려고 각별히 조심했지만 어느날 비밀경찰한테 불려가 고문 협박까지 받았다. 비밀경찰은 그의 온라인 활동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있었다고 말해줬다. 지금은 미국에 망명해있는 나클레는 “예전에는 비밀경찰이 그 정도까지는 못했었다”며, 서구 기술이 정부의 감시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고 말했다.

각국의 민주화운동을 지원한다는 미국 등 서구 국가 기업들의 감시 기술이 독재정권의 유력한 방파제 구실을 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서구가 무기 금수에는 열심이지만, 민주화운동가들의 투옥이나 처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감시 기술의 유출에는 거의 손을 놓았다고 지적했다.

세계 감시 기술 시장 규모는 2001년 9·11테러를 기점으로 크게 성장해 연간 50억달러(5조65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의 통신장비 전시 기획사인 텔레스트래티지스가 2002년 5월 처음으로 제품전시회를 열었을 때 참관 인원은 35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세계 각지에서 5차례 전시회를 열었는데 판매상 수백명과 고객 수천명이 몰려들었다. 지난 10월 워싱턴 전시회에는 35개 미국 연방기관이 사람을 보냈고, 43개국 정부로부터도 손님들이 찾아왔다. 이 행사에서는 휴대전화 수백개를 동시에 추적하고, 이메일 수만개를 감시하고, 컴퓨터가 사용자 사진을 찍어 보내도록 하는 첨단 감시 기술이 선보였다.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는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런 제품과 기술을 판매하는 서구 업체들이 급증했다며 25개국 업체 160곳의 이름을 공개했다. 공개된 업체 홍보물들을 보면, 독일의 엘라만은 “개인의 위치나 그의 동료들, 정치적 반대자 그룹의 구성원 등을 식별해내는” 기술을 지녔다고 밝히고 있다.

영국의 코범은 3㎞ 안의 휴대전화를 감청하는 장비를 개발했다고, 또다른 영국 업체 감마인터내셔널은 애플 아이튠즈나 어도비 애크러뱃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가장해 스파이 프로그램을 심는 기술을 보유했다고 내세우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감시 산업 업체들은 시리아, 이란, 북한 같은 금수 대상국들과는 거래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상무부는 블루코트시스템즈라는 업체의 통신 감청이나 인터넷 차단용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시리아 정부가 사용하게 된 경위를 조사중이다.

감시 장비 수출을 제한하자는 법안을 마련한 하원의원 크리스토퍼 스미스는 “독재정권에는 선전과 비밀경찰이라는 두 가지가 필요한데, 하이테크 업체들이 이 두 가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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