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2.11 15:14
수정 : 2011.12.12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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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비비시 누리집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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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서식지 파괴로 ‘기행’
지구 온난화의 비극일까? 북극곰이 서로 잡아먹는 장면이 한 기자에 포착됐다.
영국 <비비시>(BBC)는 환경 사진기자인 제니 로스가 촬영한 북극곰의 ‘동족 살해’ 사진이 공개돼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9일(현지시각) 전했다. 이 사진 속의 다 큰 북극곰 한마리는 아직 새끼인 북극곰을 죽여서 입에 물고 끌고가고 있었다.
이 사진은 지난해 노르웨이령 북극해인 스발바르드제도 인근에서 촬영됐는데, 최근 지구과학자들의 최대 모임인 미국지구물리학연맹(AGU)의 가을 학회에서 처음 발표됐다. 로스는 이 사진과 관련 내용을 캐나다의 북극곰 전문 생물학자인 이안 스터링 박사와 함께 <북극 저널> 최근호에 실었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북극곰은 보통 바다표범을 사냥해서 먹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경우 다른 동물들, 심지어 동족들도 잡아먹는다. 로스는 <비비시>에 “최근 북극곰의 동족 살해가 점차 더 많이 눈에 띄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대부분 얼음이 녹아내려 고립된 지역에서 주로 발견된다”고 말했다. 북극곰은 음식이 떨어지면 육지를 이은 얼음을 건너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얼음이 점차 녹는 바람에 이동이 불가능해진 것이 동족살해 증가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로스는 당시 보트로 무언가를 먹고 있는 북극곰에 다가가고 있었는데 아주 가까이 다가가서야 먹고 있는 것이 새끼곰이라는 것을 알아챘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그 어른 수컷 북극곰은 보트가 자기 쪽으로 다가오자 양발을 벌리고 서서 ‘이건 내 먹이야’라고 표시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또 멀리에 다른 어른곰이 있었는데, 새끼곰의 어미인 듯 했다고 전했다.
그가 이 북극곰들을 발견한 지역은 스발바르드의 큰 섬 두곳을 잇는 지역인데, 이곳은 거의 항상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혀 있었다. 하지만 최근 얼음이 급격하게 녹아내려 바다가 드러난 지역이 크게 늘어났다. 로스는 “사람이 사는 곳 근처의 북극곰들은 음식쓰레기를 먹으며 연명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며 “얼음이 더 많이 사라질수록 북극곰의 동족살해도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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