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2.11 20:58
수정 : 2011.12.11 22:06
‘2020년 단일체제 합의’ 성과
선진국·개도국 간 이해 상충
강화된 감축안 도출에 실패
“20세기 인식 수준에 머물러”
“선진국들, 너희는 이미 이산화탄소 배출할 만큼 해놓고 왜 이제 와서 우리보고 하지 말라고 하냐.”(인도, 중국 등 개발도상국)
“너희가 개도국이라면서 계속 버티면 우리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생각이 없어.”(미국, 일본, 러시아, 캐나다 등)
“그래도 어떻게든 조금씩 양보해서 줄여 나가야 될 거 아니냐.”(유럽연합 등)
“너희들이 그렇게 싸우는 사이 우리는 죽어간다, 이놈들아.”(그레나다 등 기후변화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작은 섬나라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 17)는, 수많은 외교적 수사를 빼면 이렇게 정리된다. 이곳에 모인 194개국의 대표들은 각자 다 그럴듯한 할 말이 있었다. 첨예한 대립만큼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애초 9일 폐막될 예정이었던 이 회의는 36시간 넘게 격론을 더 벌인 뒤 11일에야 합의에 이르렀다.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채택돼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의무 등을 규정한 교토의정서는 내년이 시한 만료였다. 2009년 코펜하겐 회의 때부터 ‘마지막으로 지구를 구할 기회’라며 새 체제 마련이 강도 높게 논의돼왔지만, 3년째인 올해도 획기적인 합의는 없었다.
더반 합의가 진전된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우선 교토의정서가 연장돼 규제 체제의 공백 상태라는 파국은 막았다. 또 이번에 합의된 ‘더반 플랫폼’에 따라 2020년 발효 예정인 새 체제는 계획대로라면 중국, 인도, 한국 등을 포함한 개도국이나 미국 등 교토의정서 탈퇴 국가에 대해서도 효력을 갖게 된다. 특히 새 체제가 법적 구속력을 가지게 하겠다는 방침은 인도 등의 격렬한 반발을 불렀다. 인도 환경장관인 자얀티 나타라잔은 “인도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형평성 문제”라며 브라질, 남아공, 중국 등과 보조를 맞춰 문제제기에 나섰지만 결국 마라톤 회의 끝에 참가국 전원 합의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교토의정서보다 더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체제의 빠른 탄생을 촉구해온 환경단체들의 요구수준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에이치에스비시(HSBC)의 기후변화 분석가인 닉 로빈스는 <뉴욕 타임스>에 “교토의정서의 연장은 아직도 인식의 수준이 20세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또 일본, 러시아, 캐나다 등이 교토의정서를 갱신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안 그래도 구멍이 숭숭 뚫린 교토의정서가 더욱더 ‘누더기’가 됐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꼬집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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