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2.22 20:56
수정 : 2011.12.2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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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그로스 전 오바마 캠프 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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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그로스 전 오바마 캠프 자문관 기고
북한 지도자 김정일의 사망은 미-중 관계에서 긴급한 안보 이슈를 낳았다. 이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은 위기를 외교적으로 해결해 한반도에서 군사 충돌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을 막을 워싱턴과 서울, 베이징의 능력에 많은 부분이 달려 있다.
북한에서 비교적 매끄럽게 권력 이행이 이뤄질지, 아니면 체제 붕괴가 일어날지는 현 시점에서 확실하지 않다. 김정일은 20대 아들 김정은이 장차 북한의 지도자가 되도록 훈련해왔다. 하지만 김정은이 경험이 없고 비교적 젊기 때문에 ‘중앙군사위원회’가 (김정은을 명목상의 지도자로 내세워) 정부를 맡아서 운영하게 될 것이란 예측도 세간에선 나온다. 북한의 권력 승계 계획에도 불구하고 김정일은 더이상 지배력을 휘두를 수 없는 까닭에 결국 권력 투쟁과 체제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 여기는 분석들도 있다.
최근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체제 붕괴가 일어날 경우 남북을 분리하는 비무장지대 북쪽으로 군대를 이동시킨다는 비상 계획을 마련했다. 북에서 인도적 차원의 참사 발생을 막는 것은 통상적으로 의도적 군사 개입에 충분한 명분이 된다. 또 ‘관리가 엉성한 핵무기’의 가능성, 다시 말해 소규모 핵무기에 대한 평양의 통제력 부족도 펜타곤 입안자들이 흔히 들이대는 또다른 개입 근거가 될 것이다.
한국에선 북한의 불안정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김정일의 죽음을 이용해 가까운 장래에 남한 주도 통일을 달성하려는 매파의 오랜 욕망이 존재하고 있다. 일반인 대다수는 즉각적인 통일을 바라는 마음보다는 한반도의 불안정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더 크지만, 매파는 국가적 논쟁에서 영향력이 큰 존재로 남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매파 편에 설 것인지, 아니면 좀더 인내심을 발휘해 장기적 전망을 바라볼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중국은 남북한 외의 다른 모든 나라들 가운데 북한의 체제 붕괴를 가장 깊이 두려워하고 있다. 북한에서의 대혼란은 대규모 난민들이 중국 국경 지역으로 밀려드는 사태를 부를 수 있는데, 이 지역에는 지금도 많은 조선족들이 살고 있다. 게다가 베이징의 관점에서는 이런 체제 붕괴가 중국에 ‘전략적 깊이(strategic depth)’를 제공하는 완충지대인 북한을 잃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이 가장 심각하다.
중국한테 악몽의 시나리오는 지금은 북한과 맞닿은 중국 국경에 강력한 미군의 지원과 함께 작전을 수행할 한국 군대가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중국이 이 문제에 상당히 예민한 점을 고려할 때, 북한에 심각한 불안정이 초래된다면 베이징이 국경 전체를 따라 북한 내 40㎞ 지역까지 군대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펜타곤 입안자들은 생각해왔다. 이런 군사 행동은 한국군과 미군이 해당 지역에 도착하기 이전에 이뤄질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무력 개입에 대한 중국의 공포감은 오바마 정부가 지난달 아시아 순방을 하던 시점에 공격적인 군사 조처들을 이어가면서 고조됐다. 오스트레일리아 북쪽에 2500명의 해군을 배치하고,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영해 주장을 하는 데 반대해 미국-필리핀 군사 동맹을 강화하며, 해·공군이 합동으로 중국 내 장거리 공습을 상정한 펜타곤의 ‘공중 해상 전투’ 구상을 승인하고, 싱가포르에 초현대식 연안전투함을 배치하려는 것 등이 이런 군사 조처에 들어간다. 지금은 미국이 중국에 맞서서 ‘냉전적 자세’를 택했다고 주장하는 베이징의 회의주의자와 비관론자들이 틀렸다는 걸 입증해야 할 때이다. 워싱턴과 서울은 북한의 불안정을 막는 문제와 관련해 베이징과 깊이있고 새로운 외교적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 중국은 김정일 생전에 그의 감정을 상하게 할 것을 꺼려해 이런 대화를 회피해왔다.
북한의 불안정을 막기 위해 서울과 워싱턴이 베이징과 긴밀한 협력을 하는 것은 세가지 중대한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그 목적이란 평양에 덜 적대적인 체제를 세우고, 기술이나 설비 차원에서 북한 핵무기가 확산되는 걸 막고,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통일을 위한 장기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런 협력은 미국, 한국, 중국이 한반도에서 새로운 군사적 충돌로 이끌려갈 가능성을 없애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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