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12.29 15:18 수정 : 2011.12.29 16:03

한국 식품의 인기를 다룬 <닛케이비지니스> 송년호 커버스토리.

마켓오 브라우니 유명 과자 브랜드 가볍게 제치고, 옥수수차도 시장에 두각
대지진 이후 신제품이 나오지 않고, 외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서

 문 : 신라면, 캔 막걸리, 홍초, 옥수수차,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 빅…. 이들 제품의 공통점은?

 답 : 2011년 일본에서 대박이 터진 한류 식품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펴내는 경제전문 주간지인 <닛케이비지니스> 송년호는 커버스토리를 통해 이들 한류 식품 등 외국제품들이 올해 일본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는 반면 일본 제품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그 배경을 분석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 과자회사인 오리온에서 지난해 7월 일본 시장에서 발매한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 빅’은 지난 9월 이후 12월11일 현재 12주연속 쿠키·비스킷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판매시점정보관리데이터를 보유한 일본 포스트뱅크에 따르면 이 한류 과자는 판매금액 면에서 2위와는 2배 이상 격차를 보이고 있다. 오레오, 리츠, 컨트리맘 등 일본의 유명 과자 브랜드를 가볍게 제치고 있는 것이다.

 발매 당시 젊은 여성들이 즐겨찾는 잡화점 ‘이츠데모’에서 불이 붙은 마켓오는 곧바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고 한다.

 “세련되고 적당한 가격의 수입과자가 선물용으로 딱 맞아 떨어진 것 같다. 친구용으로 사가는 사람이 많다.”(이츠데모)

 올해 발렌타인 데이를 계기로 일거에 인기가 높아졌다고 한다. 현재는 대형 수퍼마켓 등에 박스째 쌓여 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닛케이비지니스>는 전했다.

 “미용대국, 한국의 여성이 일상적으로 마시고 있다”라는 선전문구가 붙어 있는 음료수 ‘홍초’와 ‘옥수수’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애초 홍초는 연간 3억엔의 판매계획을 세워놓고 있었으나 그 8배인 24억엔(올해 말 판매예상)에 이르고 있다. 내년도에는 전년의 배인 연간 48억엔의 판매가 예상된다고 잡지는 전했다.

 옥수수차도 발매 반년 시점인 올 4월에 출하량이 발매초의 약 14배, 여름에는 약 25배에 달하는 등 청량음료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알코올 시장에서도 집에서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캔 막걸리 붐을 타고 롯데음료에서 수입하고 산토리주류가 판매하고 있는 ‘서울막걸리’가 대박을 터뜨렸다. 올 3월 발매한 뒤 2개월만에 연간판매 목표인 35만 상자가 팔렸다. 일본에서 ‘근짱’이란 별명으로 인기가 높은 배우 장근석을 광고모델로 쓴 것도 인기에 불을 붙였다. 다른 회사의 막걸리 제품도 앞다투어 나와 막걸리 시장의 규모는 전년의 2배 가량 확대됐다.

 일본 식탁에 돌연 오르기 시작한 ‘메이드 바이 코리아’ 붐은 기본적으로 한류 스타 붐의 영향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닛케이비지니스>는 한류 붐만이 아닌 복잡한 일본 내 사정이 있다고 분석했다.

 3·11 대지진, 미증유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절전, 역사적인 엔고, 타이의 홍수, 그리스 위기 등 올 한해 일본 열도를 갖가지 사건들은 소비자는 물론 기업쪽에게도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고방식을 뒤엎는 것이었다고 잡지는 분석했다. 이들 사건들이 가져온 소비의 변화는 일본의 소비 방식을 뿌리째 흔들었다는 것이다.

 어느 중견 편의점 간부는 “재미있는 상품이 전혀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3·11 대지진이 일단락된 뒤 이 간부는 거래처에 가을·겨울철용 독자상품 개발을 타진했으나 “지금은 좀”이라는 애매한 답이 돌아왔다. 다른 곳의 답변도 비슷했다. 결국 오리지널 상품은 출시되지 않았다고 한다.

 예년 같으면 기꺼이 제안을 수용해왔던 제조회사들의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세상의 주목을 끄는 신제품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예년의 절반 정도일지도 모른다”(일용품 등의 제조회사)

 지진 뒤 제조회사의 상품 만들기는 싹 바뀌었다고 한다. 상품 안정 공급을 최우선시해서 우선은 수요가 크고 확실히 팔리는 상품을 진열하는 데 힘을 쏟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지진 전에 예정했던 신제품의 대다수는 발매연기됐다. 식품 제조회사의 간부는 “예정했던 새 제품 중 발매된 것은 반 이하. 나머지는 모두 2012년 이후로 연기됐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정인 기업은 무수하게 많다.

 그 결과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는 예년에 나왔던 특색없는 제품만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간 것이 한국제품이다. 다이어트 음료, 집에서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캔 막걸리….

 매장 진열대에 어떤 상품을 놓을지 고민하고 있던 유통 바이어들이 이들 한류 상품들을 적극적으로 진열하자 조금 신기하고 재미있는 제품에 소비자가 달라들었다는 게 잡지의 분석이다.

 잡지는 또한 ‘일본제’에 대한 일본인들의 무조건적인 신뢰가 점점 없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예전에는 일본 제조회사 제품에 비해 국외 상품은 안심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이런 인식에 변화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제’에 대한 충성심이 슬금슬금 엷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지진이 일어나고 미증유의 원전사고까지 겹치면서 일본의 기술에 대한 안전신화가 무너지고 있다는 게 잡지의 분석이다. 여기에다 대지진과 타이의 홍수로 인해 상품 공급의 허술함이 드러났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