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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1.15 20:00 수정 : 2012.01.16 09:55

이탈리아 크루즈선 좌초지점

코스타 콩코르디아선 무슨 일이?

만찬중 배 기울자 아수라장
3명 숨지고 17명 실종상태

우아한 음악이 흐르는 식당에서 승객들은 반짝이는 나이프로 애피타이저로 나온 구운 버섯과 가리비를 썰던 참이었다. 13일(현지시각)의 금요일이었던 그날 저녁 이탈리아 로마 인근 치비타베키아항을 거쳐 근처 질리오섬 쪽으로 향하던 고급 크루즈선 코스타 콩코르디아의 승객 3216명은 한껏 휴가 분위기에 젖어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바로 그때 갑자기 배 안이 암흑천지로 변하더니, 곧이어 배가 오른쪽으로 확 기울었다. 만찬장은 순식간에 사람과 탁자, 의자, 접시가 날아다니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출입구 쪽으로 몰려가 구명보트를 타려고 서로 밀치는 등 법석을 떨었다. 일부 승객은 200여m 떨어진 질리오섬으로 헤엄치기 위해 검은 밤바다로 뛰어들었다.

코스타 콩코르디아의 생존자들이 전한 사고 당시의 참상이다. 승객들은 “영화 <타이타닉>에서 본 모습 그대로였다”며 악몽 같은 당시를 회상했다. 승객과 1013명의 승무원 대부분은 구명보트를 타고 큰 부상 없이 탈출했다. 하지만 2명의 프랑스 승객과 1명의 페루인 승무원, 국적이 확인되지 않은 노인 2명 등 5명이 숨진 채로 발견됐고, 아직 17명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 사고 경위 ‘미스터리’ 길이 291m에 객실 1500여개를 갖춘 이 배는 5개의 레스토랑, 4개의 수영장, 13개의 바에다 영화관, 카지노, 나이트클럽까지 있는 최고급 크루즈선이다.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져 2006년 7월 처음으로 항해를 시작했다. 이탈리아를 떠나 프랑스 마르세유,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돌아오는 이 배의 건조가격은 4억5000만유로(6800억원)에 이른다.

이탈리아 경찰에 체포돼 과실치사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선장 프란체스코 스케티노(52)와 일등항해사인 치로 암브로시오는 이날 저녁 8시께 질리오섬 근처를 지나다가 배가 암초에 부딪혔다고 진술했다. 좌초된 선체의 왼쪽 아랫부분에는 길이가 50여m에 이르는 커다란 균열이 보여 이 진술을 뒷받침한다. 이들은 이 암초가 해도에 나와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 배의 운영사인 코스타 크루즈 쪽도 암초에 부딪혔을 당시 배가 정상 항로를 유지하고 있었다며 선장을 거들었다. 하지만 질리오섬 주민들은 “배가 섬에 너무 가까이 다가왔다”며 선장이 항로를 잘못 잡았을 가능성을 증언해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 배는 1년에 52번이나 똑같은 항로로 항해를 하며, 선장 또한 이 회사에서 11년이나 일한 베테랑이다.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일부에서는 배의 전자장치 이상이 일어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이해하기 힘든 사후조처 또하나의 의문점은 배가 암초에 부딪힌 뒤 왜 곧바로 구조요청을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배가 암초에 부딪힌 뒤 배가 기울기 시작할 때까지는 45분 정도 시간이 있었다. 이탈리아 <안사> 통신은 해양경찰 에밀리오 델산토가 “사고를 당하자 승선원들은 곧바로 승객들을 구하기 위해 최대한 해안 가까이 배를 몰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그들은 곧바로 구조요청을 하지 않았고, 피난작업이 시작되고 난 뒤에야 배와 연락이 닿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스케티노 선장과 암브로시오 항해사 등 책임자들이 승객이 전원 대피하기 전에 배를 떠난 것으로 확인돼 비난을 받고 있다.

선원들이 제대로 된 비상시 대처 훈련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불거지고 있다. <에이피>(AP) 통신 등은 “선원들이 (암초에 부딪힌 뒤) 처음에는 인터폰으로 ‘전기적 이상’이 발생했다며 승객을 안심시켰고 그 때문에 대피가 늦어졌다”는 일부 승객의 주장을 전했다. 또 선원들이 탈출구나 탈출 방법에 대한 안내를 제대로 해주지 못해 탈출에 애를 먹었다고 불평하는 승객도 많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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